한동안 떠들썩하던 정보화에 대한 논의가 IMF 사태로 인해 잔뜩 위축되어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창했던 전자정부 구현이란 비전도 다른 경제
현안에 가려 빛을 잃었고 기업들도 웬 정보화 투자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진행되면 몇년 안지나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 같다.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은 이에 대해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보화와 관련하여 특히 전세계적으로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 인력의 확보 문제다.

정보기술 인력이라 하면 당장은 2000년(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을
생각하나 실제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 각 분야에서 요구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보다 고도의 정보기술 활용을 위한 인력이다.

단적인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앞으로 10년간 2백만명의 정보기술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한데 이것을 채우기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미국 상무부,
"The Emerging Digital Economy" 98.4).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나중에 필요하면 정보기술을
도입하거나 관련 인력을 수입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국내에서 현재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정보기술 인력 부족의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동시적으로 발생할 문제다.

따라서 우리가 정보화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나 투자를 게을리한 채
나간다고 가정하면 우선 국제경쟁력 면에서 크게 뒤떨어질 뿐 아니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선진 정보기술을 활용하려고 하더라도 그때에 국내외에서
우수한 정보기술 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보경제시대의 국제분업은 공업경제시대 후진국의 선진국 추격 구조와
달리 동시발전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정보경제시대 국가경쟁력 확보는 과거처럼 선진국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보기술의 활용면에서 거의 같은 수준일 때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보기술 인력 부족 발생 문제에 대한 대응도 다른
국가에 의존할 성질이 아니라 이에 대한 우수한 인력집단(IT Talent Pool)을
국내에 확보해나가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칙적인 수준에서 말하자면 이러한 정보기술 인력집단의 양성은 정부나
기업 어느 한 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고 양측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만의 힘으로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여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이나 효율성 면에서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실제
정보기술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등
산업인력 관련 부처를 망라하여 정보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은 이 마스터플랜에 의해 이루어지는 국가 전체의 정보기술
인력 양성 관련 사업에 컨소시엄 형태 등을 통해 적극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나갈 것인가는 보다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정보기술 인력 양성 문제에 대한 긴박한 인식과
시급한 준비가 있었으면 한다.

한성호 < 와이즈디베이스 수석연구위원.경제학박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