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프런티어(Cyber Frontier)"가 몰려온다.

컴퓨터 한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가는 이들은 컴퓨토피아로 상징되는
21세기의 파워 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정보화 혁명의 진원지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거대한 권력집단
이다.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 애플의 신화를 창조한 스티브 잡스 등은 대표적인
파워 프로들이다.

이들은 컴퓨터로 세계 지배를 꿈꾸고 있다.

이미 사이버세계에 칭기즈칸 못지않은 제국을 건설했다.

빌 게이츠는 올초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정보과학자대회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우리는 정보를 먹고 사는 프로들이다.

21세기는 정보를 장악하는 사람들이 리드한다.

모든 정보는 우리 손안에 있다.

따라서 21세기 또한 우리 것이다"라고.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최근호에서 21세기를 이끌어갈 파워 프로
집단으로 컴퓨터분야 종사자들을 제1순위로 꼽았다.

이 잡지는 또 컴퓨터 마니아들이 세계 산업 흐름까지 바꿔 놓을 것이라는
예견을 내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Amazon)의 제프리 베조스 사장.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그가 인터넷을 통한 책 판매에
나선 것은 지난 95년이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했다"는게 창업동기.

그런 그가 지금은 전세계 출판시장을 장악해 "직접 가야 책을 살수 있다"는
서점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국내서도 사이버 프런티어의 활약은 눈부시다.

아래아한글의 이찬진씨, 컴퓨터 백신프로그램의 권위자 안철수씨, 칵테일
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상협씨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주자들이다.

이들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다른 "컴퓨터 신화"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피시링크의 서원태(38)사장.

PC통신을 통해 바둑 장기 등 오락정보를 제공, 창업 8개월만에 월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그는 대표적인 사이버 프런티어다.

서 사장은 요즘 영화 음악정보 등을 추가한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정보제공(IP) 사업가 가운데 단연 수입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진솔교육정보의 강석(33)사장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해 업계 리더로
떠오른 청년 사업가다.

과외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제공이 창업 아이디어.

현재 강 사장은 명문대생 1만1천여명을 회원으로 확보, 이들을 PC통신으로
학부모에게 연결해 주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달수입은 1천만원에 육박한다.

그가 이 분야를 택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소규모 재택사무실) 창업가인 곽동수
(35)씨는 요즘 컴퓨터 한대와 휴대폰 호출기만으로 연간 1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가 그의 일이다.

방송 컴퓨터프로그램 진행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해설가, 컴퓨터 강좌
강사 등으로도 활약중이다.

"일반적으로 창업은 새 옷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SOHO 창업은 있는 옷을 정리해 깔끔하게 입는 것과 같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비용 안들이고 돈벌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는 의미다.

사이버 프런티어에 속하는 직업군은 다양하다.

고급정보를 발굴해 돈을 받고 파는 IP 사업자가 대표적이다.

국내 IP업계의 1세대인 한국사업정보개발원의 이형석(41)사장이나 컴퓨터를
활용한 창업정보를 제공해 월 3천만~4천만원대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컴테크의 유종현(36)사장 등이 그들이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정보검색사도 떠오르는 사이버 프런티어다.

95년 포스데이타에 근무했던 2명의 동료와 8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출발,
3년여만에 연간 1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넥스트컨설팅의 윤영희씨가 그런
경우다.

이밖에 PC통신 등 가상공간에서 소설을 써 3개월여만에 3억원을 벌어들인
사이버작가 이영도(27)씨, 컴퓨터로 영화 배경음향을 작곡하는 사운드
디자이너 이인규(32)씨, 고객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디자인해 주는 웹 디자이너 김진희(31)씨 등도 잘나가는 사이버 프론티어들
이다.

이들 사이버 프런티어들의 최대 무기는 "자유"와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

사회가 요구하는 낡은 질서나 관습따위는 이들에겐 무의미하다.

"정보는 곧 상품"이라는 새로운 사고와 "자유 전문가"라는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이 IMF체제 이후 혼돈에 빠진 우리사회의 신흥 파워 엘리트로
떠오르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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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