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은 31일 "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러시아 중남미
동유럽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국제 금융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관련해서는 "올 1.4분기중 한국에 대한 국제 금융기관들의
여신 규모가 1백63억달러 줄었다"고 집계하고 "구조조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기관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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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 금융위기는 새로운 악재들이 부상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와 금융 부문 상황이 나빠지면서 엔화 표시자산이 냉대를 받고
있다.

동시에 몇몇 아시아국가들이 펴고 있는 정책이 의심을 사고 있고 이는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위안(원)화는 평가절하의 가능성 때문에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흥국가(이머징마켓)의 경우 각종 원자재가격의 하락과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의 러시아 상황은 이머징마켓 국가들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공한 여신이 지난 1.4분기중에 30억달러가
늘어 2백10억달러에 이르고 있어서다.

최근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이나 유럽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장기채권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단일통화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유럽의 경우 기대심리까지 겹쳐
자금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흐름들을 종합해볼 때
금융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감시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체제의 구축을 요체로 한다.

파생상품시장에서 활발하게 나타나는 M&A나 전략적 제휴 등에 대응한 감시와
규제들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급증세를 보여왔던 세계 각 은행들의 총 여신규모는 올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4분기 동안 세계 은행들의 여신 규모는 작년 4.4분기(4천5백10억
달러)보다 4억달러가 줄었다.

일본은행들이 여신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일본 은행들의 여신 규모는 2천4백40억달러에 그쳤다.

일본은행들은 "은행간 시장" 거래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해외지점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해 왔다.

당연히 여신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국제 총여신액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대출규모는 33% 수준에서 20%로
떨어졌다.

시장 점유율 면에서 지난 80년대 초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지난 1.4분기 중 일본 은행을 제외한 국제 은행들의 여신(약 2천3백억달러)
활동은 여전히 왕성했다.

특히 유럽연합(EU)지역 은행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유럽의 은행들은 EU내 은행들과 막대한 양의 유럽통화단위(에쿠)표시
채권을 거래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영향으로 올들어 이 지역 국가들에 대한 여신은 급감세를
보였다.

러시아와 남미지역의 경제 불안으로 이들 지역의 여신규모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흥국가의 경제불안을 일으켜 이들 국가의 신용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2.4분기들어 국제 신디케이트론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기간 동안 이뤄진 신디케이트론은 1.4분기보다 18% 늘어난 2천5백9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신흥국가에 대한 여신은 여전히 답보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신디케이트론 시장에서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은행들의
이탈로 발생한 공백을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메웠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신디케이트론 제공에 필요한
거래비용 산정, 참여 은행 조건및 신용 분석 방법 등 이 분야에 선진적인
서비스기법이 도입되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과는 달리 미국과 유럽에는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이들 지역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금융기관간 인수합병 열기가 이를
반증한다.

또 범유럽권 주식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을 구분하던 전통적인 관점도 많이 희석
되면서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EU 단일통화 출범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데다 아시아지역에서 빠져 나온
돈들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지역에서는 돈이 말라가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여신을 거둬들이는 게 주된 이유다.

올 1.4분기중에만 이 지역에서 3백40억달러의 여신이 회수됐다.

특히 한국에 대한 국제은행들의 여신은 1백63억달러가 줄었다.

아시아지역 국가중에서 가장 많이 축소됐다.

한국정부가 지급보증을 서가며 단기채권을 장기채권으로 전환시킨 결과가
그나마 이정도였다.

세계의 은행들은 또 이머징 마켓에 대한 추가지원을 주저함으로써 이들
지역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위기에 대처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아시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이 실행됐지만 이들
나라는 물론 국제기관들은 여전히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내상황과 외부의 요구를 조화시켜야 하고 또 금융기관을 정리하면서
나타나는 모랄헤저드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성을 회복해야 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를 고쳐야 하는 상반된 목표가 내재돼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여기에 사회적 불안이 터져나와 외국 투자가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악수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아시아지역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제구조에 메스를 대는
동시에 단기외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외국의 신인도를 높이는 일이다.

몇몇 나라에서는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위기를 가중시켰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금리를 내리는 등 금융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이에앞서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