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과외가 또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과외비로 수천만원씩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IMF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다수 국민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 고액과외 학부모중 사회지도층 인사가 적지 않다는
것도 놀랍지만 현직교사들이 거액의 알선료를 받고 학생을 소개시켜 줬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내일을 걱정스럽게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혐의가 인정된 교사를 중징계하고 소속학교
교장 교감 및 해당지역 교육청 담당자를 엄중문책하는 등의 불법과외 근절
대책을 발표한 것은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2002년까지 대입무시험전형제를 확대하고 초중등
교육 정상화방안을 마련하며 "우리들의 참스승"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의
장단기 대책을 내놓은 것도 어떻게든 이땅의 교육을 바로 잡아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과외는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학부모들의 과잉교육열과 이기주의,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행정이 삼위일체가 돼 만들어낸 병이다. 90년 7조라던
사교육비는 93년 9조, 97년 13조5천억에 달했다. 과외문제가 불거진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90년초 과외금지조치 해제 1년만에 고액과외
바람이 일자 시교위는 현직교사가 교습 또는 학원에 소개한 경우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파면조치 등 중징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도 과외가 근절되기는 커녕 더 늘어난 것은 수요는 많은데 공교육의
질 개선 등 근본적 처방없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식의
사후 약방문을 내놓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학력이나 학벌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크게 좌우하는 풍토속에서
과외의 완전 근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처벌 위주의
대증적 대책보다는 과외욕구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무시험전형제를 확대하고 이를 위해 학교별로 추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본고사 폐지와 학생부 도입 등 95년의 교육개혁 방안이 과외열풍을 가속화
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내신 위주 평가가 치맛바람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번에 명단에 오른 많은 학부모들이 족집게과외가 아닌 것을 알고도
내신에서의 불이익을 우려, 그대로 과외비를 부담했다는 얘기는 그같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따라서 교과성적은 물론 행동발달 특별활동 특기사항
등 추천근거가 되는 평가가 정실없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과감한 재정의 뒷받침을 통해 공교육 내실화에 힘써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의 개혁이다. 대학이 학생선발방법에서
학사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을 확보하고 획일성을 탈피할 때 일류병에서
비롯된 과외병은 치유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