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한다"

우리 동호회를 지켜보는 동료직원들이 하는 말이다.

운동도 좋지만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란 얘기다.

하지만 이 말속에는 부러움과 질투도 섞여 있다.

"세상돌이"란 애칭에 걸맞게 자전거로 이곳 저곳을 찾아가는 우리들이
속으로는 정말 부러웠을 테다.

우리들은 매달 한 차례 자연순례길에 오른다.

연중 하일라이트는 8월의 특별행사.

올해는 서울 계동 본사를 출발해 양평 홍천 인제 원통을 지나 한계령(해발
9백20m)을 넘었다.

이어 양양 정동진, 다시 양양으로 돌아오는 4박5일 일정이었다.

거리는 모두 3백67km.

웬만한 남자들도 완주하기 힘든 스케줄이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한 5명의 여자회원들은 줄곧 남자회원들을 리드했다.

한마디로 "철인여성"이었다.

출발할 때 가뿐했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빨리 무거워졌다.

그러나 "기어코 해내고야 만다"는 집념과 얼굴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이
우리를 끝까지 지탱해 주었다.

최대 고비는 인제의 굽이도는 산길.

한계령에 비해 높이가 낮아 만만하게 생객했던 탓이다.

오히려 한계령은 쉽게 넘었다.

"모든 게 마음먹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현재 동호회 회원은 50여명.

이중 30명이 여자회원이다.

동호회 안에서 섬씽이 생기지 않을리 없다.

동호회 커플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힘든 여행을 함께 하면서 생긴 우정이 애정으로 발전하는 바탕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들어 딴(?)목적을 갖고 동호회에 들어오려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이내 자전거를 엄청 좋아하게 된다.

우리 모임은 땀으로 이루어진 사랑과 우정이 충만하다.

회원들은 페달을 밟지 않으면 이내 자건거가 쓰러지듯 서로에게 배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자전거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미숙 < 현대건설 자전거여행동호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