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한 주요 경제장관들은 거의 매주 일요일
모인다.

비서실장들에게도 알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리에 만난다.

직접 관련이 없는 장관들에게는 회의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일요일 모임에선 핵심 경제현안들이 논의된다.

지난 30일에는 통화공급확대 등 국제금융불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논의됐다.

대기업들에게 빅딜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한 7월26일 모임도 일요일
이었다.

한 경제장관의 비서실 관계자는 "결재부담도 없고 시간이 충분해서 일요일
논의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의멤버는 때에 따라 달라진다.

이규성 장관과 강봉균 경제수석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은 거의 고정멤버다.

이 장관이나 강 수석이 주제와 참가범위 시간 장소 등을 정해 모임 전날
개별 통보한다.

비공개회의인 만큼 적나라하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이어진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은 특유의 뚝심으로 실물경제쪽 목소리를 대변
하느라 다른 부처 장관들이나 한국은행 총재 등과 입씨름을 벌이기 일쑤다.

최근 발표한 무역어음활성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도 회의 분위기가
어색해질 정도로 물고 늘어졌다는 후문.

회의 장소로는 청와대나 은행회관이 애용된다.

청와대에서는 보다 은밀하게 얘기할수 있지만 분위기가 딱딱하다.

그래서 저녁도 먹고 자연스럽게 얘기할수 있는 은행회관에서 주로 모이는
편이다.

이규성 장관은 지난 3월3일 취임한 이후 모두 50여차례의 비공식 경제장관
모임을 가졌다.

4번의 해외출장으로 30일간 자리를 비운 것을 제외하면 3일에 한번꼴로
모임을 가졌던 셈이다.

모임중 절반은 물론 일요일에 열렸다.

이처럼 경제장관들이 매주 일요일 모이는 것은 부처간 조율할 사항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기업 구조조정방안 등은 공식적인 경제장관간담회 등에서
토론하기에는 거북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따라서 핵심 관계장관들만 모여 집중적으로 협의해 결론을 낸다는 것.

그러나 일요일 모임은 부처간 실무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란 지적도 있다.

부총리제 폐지이후 경제부처들이 재경부의 말을 잘 안듣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일요일날 비밀리에 만나는 것은 아무래도 공개행정과는 거리가 있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