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치가 혼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협상이 파기된데다 의회와 군부쪽이 총리서리
인준안이 거부된 것을 놓고 심상챦은 대립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31일(현지시간)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의 인준안을 찬성
94대 반대 2백52의 압도적 표차로 거부했다.

그레고리 야블린스키 러시아 야블코당 당수는 이날 "체르노미르딘은
총리로서 완전히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조기대선을 치를 수 있는 총리를
다시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도 "체르노미르딘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인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30일에는 공산당이 정부측의 연정구성 제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협상이 파기됐었다.

이런 가운데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레베드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는 31일 "러시아 군부는 지금 혁명적 분위기"라며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를 지지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의회측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월급을 5개월이상 못받은 군인들을 포함해 사회구성원들이 폭발
직전에 있다"며 "권력이 24시간내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레베드 지사는 현재는 사회안정이 최우선이며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군부의 정치개입은 러시아를
파탄시킬 것이라며 군부측의 심상챦은 움직임을 견제했다.

이같은 정정불안은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루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15.25%가 추가로 평가절하됐다.

공식환율은 달러당 9.33루블이었으며 암시장에서는 11.7루블까지 뛰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17일 평가절하를 발표하면서 올 연말까지 달러당
9.5루블대까지 환율목표선을 제시했었다.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완전한 마비 상태였다.

장이 시작된지 5시간이 지날때까지 거래량이 단지 18건에 불과했다.

RTS 주가지수는 사상 최저치였던 63.20선을 갱신했다.

한편 체르노미르딘 총리 서리는 이날 표결 직후 "국가에 정부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1일 보리스 엘친 대통령에게 각료 명단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해 의회결정에 불복할 뜻을 내비쳤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