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의 회사원 L씨가 부인과 함께 찾아왔다.

그는 부부생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혼한지 6년째가 되는데도 아직도
애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일이 바빠 거의 매일 밤11시가 넘어 귀가한다고 했다.

관계를 가질 시간도 없을뿐더러 피곤이 겹쳐 성생활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료하다보면 이런 부부가 적지 않으니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우선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해봤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프로락틴 호르몬이 정상보다 2배이상 높게 올라가
있었다.

수면중 성기능검사를 해보니 정상범위였다.

스트레스에 계속 억눌려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임이 분명했다.

"아무리 회사일이 중요하지만 가정도 소홀할 수 없으니 생활방법을 좀 바꿔
보시지요.

부인과 같이 대화하고 생활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스트레스는 남성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하수에서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억압한다.

따라서 성욕이 떨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다.

체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코이드 등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이, 자율신경
교감신경계에서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이 각각 나와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평소 긴장하면 말초혈관과 근육이 수축해 온몸이 뻣뻣해지고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이들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성평활근도 수축해서 오그라들게 된다.

이런 상태는 처음엔 일시적이지만 지속되면 진짜 기질적 발기부전으로
악화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남성기능의 최대 적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수면이다.

사람은 깊은 잠(서파수면)과 얕은 잠(속파수면)을 7~9회 번갈아가며 잔다.

속파수면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눈알을 빨리 움직이는 현상(REM)이 나타나고
이때 꿈을 꾸며 발기가 이뤄진다.

조조발기는 REM시기를 거쳐 깨어날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밤중에 나타나는 야간발기는 스트레스에 억눌린 남성이 스트레스에서
해방됨으로써 나타난다.

음경해면체내 산소분압이 낮에는 40mmHg였던 사람이 밤에는 1백mmHg까지
올라간다.

음경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돼 활력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밖에 취미생활을 하고 운동과 목욕을 적절히 하며 음주 흡연 도박을
끊는게 성공적인 성생활을 약속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기쁜 일은 기억하고 괴로운 것은 잊어버리는
선택적 재입력만이 정신건강을 위한 자체방어력이 아닐까 싶다.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