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1일 단행한 회장단인사는 그룹내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사였다.

그룹 내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주)
부사장이 그룹경영을 물려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손길승 SK텔레콤 부회장이 그룹의 총괄회장 역할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상으로 전문경영인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5대그룹중 유일하게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장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된데 대해 SK는 "대주주 가족회의에서 현재는 전문경영인이
그룹을 총괄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판단되니 유능한 경영인을
회장으로 뽑아달라고 경영진에 요청한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최회장이 평소 얘기한 "SK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파트너십을 형성해
함께 가야한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된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와관련해 "그룹의 운영은 능력있는 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게 선친의 뜻이었다"며 "지금은 손회장이 그룹을 이끄는게 그룹의
이익을 위해 최선이기 때문에 요청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주주 입장에선 경영을 잘해 이익을 많이 내야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당분간 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본인이 경영수업을 더 쌓아 적당한 때가 오면 그룹 회장역할을 맡겠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손회장은 이에대해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회장직을 맡았지만 최태원
회장이 경험을 쌓게 되면 빠른 시일내에 총괄회장직을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볼때 현재의 경영구조가 외형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지만
내면적으로는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경영을 해나가는 쌍두마차체제의
성격이 짙다.

손회장이 총괄회장으로 그룹 전반을 관장하게 되지만 최회장 역시 대주주
대표로서 SK(주)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요 경영정책의 최종 결정은 최회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손회장이
하게 된다.

손 회장은 이같은 경영구조에 대해 "대주주이면서 경영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그룹 회장역할을 맡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만 지금은 차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최태원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을때까지 일종의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얘기다.

SK그룹은 또 이번 인사에서 창업주 집안에 대한 예우에도 큰 신경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맏아들이며 집안의 장손인 최윤원 SK케미칼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그는 그룹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지만 가족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장으로 승진됐다고 SK그룹은 설명했다.

결국 고 최회장 이후의 SK경영구도는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가족,
또 대주주 사촌들간의 견고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고 최회장의 유지이기도 하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