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갈수록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한국상품을 내다 팔 시장치고 성한 곳이 거의 없다는게 첫번째다.

세계경제의 동반침체가 가시화된 마당에 수출시장이 온전할 수가 없다.

국내 무역금융의 경색현상도 수출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신분이 불안한 상사원들이 수출일선에서
적극적으로 뛰지못하는 것도 수출부진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적인 수출시장 침체= 동남아 시장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됐고
일본시장도 침체인데다 중국시장은 침몰하고있다.

러시아는 수출시장 자체는 얼마되지 않지만 이 나라의 위기가 동구권 등
인근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

유럽과 미국 시장상황이 좋다고 하지만 걸핏하면 통상시비에 걸려 다른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8월의 경우 미국과 중동과 중남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동남아 수출은 무려 31.9%를 감소하는 등 작년까지
수출시장의 절반을 채워준 아시아의 붕괴가 치명적이다.

<>수출현장 상황 =국내 금융경색이 여전한 가운데 업친데 겹친 격으로
러시아 중국 등 수출상대국의 신용마저 악화되고있다.

러시아의 경우 현찰거래가 아니면 실어내는 무역상이 드물다.

정부 스스로 "선적을 자제해야한다"고 행정지도 하는 상황이다보니 이런
지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수가 없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에서도 수출미수금이 부쩍 늘어 현지
사정에 밝은 종합상사들마저 움추려들고 있다"면서 "밀어내기식 수출은 커녕
정상적인 수출도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잇따라 수출지원대책을 내놨지만 막상 시장에선 별로 먹히지 않는다.

정부의 수출입금융 활성화 조치가 나온 직후 지난 28일 김우중 전경련
회장은 "회사채금리가 12%인 상황에서 15%짜리 수출입금융을 쓸 대기업이
있겠느냐"고 정부정책의 비현실성을 비판했다.

<>향후 전망 =국내 기업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수출한국의 앞날을 어둡게
본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24일 "한국수출이 올들어 물량기준으론
크게 늘었지만 금액기준으론 급감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수출증대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4백대 주요 수출기업을 대사으로 조사한 결과,
75.7%가 수출이 앞으로 더욱 부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내년 수출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응답했다.

향후 수출을 가늠케하는 수출신용장(L/C)내도액도 실망천만이다.

지난 3개월동안 계속해서 마이너스 20%대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수출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무역일선에선 하나같이 "연말 수출성수기인 이달과 다음달에 대한 기대도
예년과는 판이하다"고 하소연한다.

무역협회 신원식 상무도 "올 7~8월의 수출예고지표가 워낙 좋지않아 연말
수출경기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