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은행이 대출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자는데 결국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담보를 더내놓으라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경기도 안산에서 접속기기를 생산하는 S사 관계자는 거래하던 은행이 퇴출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극심한 불황으로 대출금 이자 갚기도 빠듯한데 원금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장 공장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는 하소연이다.

1일 한국은행에는 퇴출은행과 거래하던 중소기업인들이 모였다.

"중소기업 금융애로타개 간담회"에 나온 이들은 그동안 억울했던 일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인수은행들의 횡포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인수은행들이 퇴출은행 거래기업에 대해 여신거래를
계속하고 싶으면 기존 담보의 1백%이상을 추가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대표들은 또 "보증보험사의 보증기능 상실로 신용보증 취득이
어려워 은행돈 빌리기가 어렵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동화 대동 동남 경기 충청 등 5개 퇴출은행 거래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퇴출은행을 인수한 은행들이 거래기업의 여신을 심사하면서 기존의 거래조건
이나 관행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퇴출은행 거래기업의 경우 더욱 엄격한 자격요건을 제시하는
사례도 없지않은 실정이다.

이에따라 퇴출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았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시화공단에서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
이만큼이라도 버틴게 다행이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산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C기공은 5개 은행 퇴출직후 7월초에 부도처리됐다

자동차부품업체의 연쇄도산이 갑작스런 일은 아니지만 주거래은행이
퇴출되면서 "경영부진"의 불길에 "자금난"이라는 기름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은행측도 할말은 많다.

앞으로 6개월후에 발생하는 부실은 인수은행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퇴출은행 거래기업의 신용도에 문제가 있으면 가능한한 여신거래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화은행을 인수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신용등급별로 분류하고
있는 데 계속적인 여신거래가 가능한 기업이 몇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남은행을 인수한 주택은행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 지원은행 등의 명분
으로 대출자격이 안되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례도 적지않다"고 소개했다.

금융계에서는 인수은행 차원에서 부실징후가 있는 중소기업을 6개월내에
"부도"로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출심사를 인수은행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맡기지말고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우선 지원할 기업과 그렇지않은
기업을 분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