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욕증시의 폭락사태는 전후 상황이 작년 10월27일에 있었던 "제2차
블랙 먼데이"와 여러면에서 닮은 꼴이다.

첫째는 뉴욕증시의 폭락 직전에 홍콩증시의 붕괴가 선행됐다는 점이다.

31일 뉴욕에 앞서 열린 홍콩증시에서 항셍지수는 7.1%나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작년 10월에는 2차 블랙 먼데이가 발생하기 사흘전인 24일
홍콩증시가 하룻새 14%나 하락, 1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홍콩시장의 불안감이 지구를 반바퀴돌아 뉴욕을 강타한 것이다.

둘째는 미국경제 자체의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주가가 폭락했다는 사실
이다.

즉 이번 뉴욕증시 폭락은 러시아 및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소식 등 미국 밖에서 벌어진 일들이 주요인이 됐다.

특히 이날 러시아 의회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의 인준을 거부하는
등 러시아 정정의 혼미가 계속된 점이 투자분위기를 크게 위축시켰다.

작년의 2차 블랙 먼데이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대우증권 뉴욕법인의 김영한사장은 당시 상황을 "미국경제 자체의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는데도 아시아 상황 등으로 인한 심리적 공황이
순간적으로 확산된 것이 주가폭락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주가와 함께 달러화 가치가 폭락한 점도 공통점이다.

이번에 뉴욕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한 후 도쿄시장에서는 달러가치가 급락,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39엔대로 진입했다.

이는 미국증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달러자금이 엔화시장으로
몰린 때문이다.

작년에는 블랙 먼데이전까지만 해도 강세를 유지했던 달러화가 마르크화와
엔화에 대해 약세로 급반전했다.

즉 뉴욕증시가 붕괴한 다음날일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의
1백21.95엔에서 1백19엔대로 급락했던 것이다.

이와함께 컴퓨터 정보통신 등 첨단주식이 주가폭락을 주도한 점도 닮은
꼴이다.

이번 주가폭락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8.56%나 폭락했다.

작년 10월27일에도 인텔 등 첨단기업들의 주가가 대거 폭락, ''인텔 쇼크''
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또 이번 주가폭락때나 작년 10월의 블랙 먼데이때나 다같이 미국 국채가격
이 급등한 점도 꼭 닮은 꼴이다.

이는 주식투자자들이 안정성을 찾아 국채매입쪽으로 몰려든 탓이다.

한편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시카고시장에서 거래가 일시 중단된 점도
흥미롭다.

작년 10월27일에는 주가가 폭락하자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주식거래
자동중단시스템(circuit breaker)이 작동, 거래가 중단됐다.

이번 주가폭락에서는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전산장애를 일으켜 거래가 일시
중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