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으로 1원을 받는 은행장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주택은행 김정태 신임행장.

김 행장은 1일 취임식에서 "최고경영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며
"크라이슬러자동차의 리 아이아코카처럼 월급을 안받을 수는 없어 내 월급을
1원으로 결정하고 차기 주주총회에서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으로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은행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과가 나쁘면 월 1원짜리
봉급자로 전락하고 성과를 거두게 되면 영광과 명예가 뒤따르리라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식이 끝난뒤 "그만둔 동원증권에서 받을 퇴직금으로 생활하면
된다"며 "며칠을 고심해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김 행장은 은행경영성과를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미국에선 시장가치상승분의 1%가 연봉 개념으로 통한다"며 "주주와
고객을 위한 경영"을 다짐했다.

김 행장은 이날 임직원들 앞에서 자신을 "장사꾼"이라고 스스럼없이 소개
하기도 했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합병에도 같은 논리로 대응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이상인 은행이라면 합병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행장이 말하는 "8%"는 까다로운 국제기준이다.

이날 취임식에서 인용한 BIS비율도 은행감독원기준 13.3%(6월말)가 아닌
엄격한 경영진단기준 8.2%였다.

그러나 구조조정기에 행장이 된 그에게 "합병"은 피할 수 없는 화두인
듯했다.

김 행장은 "오늘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이 전화를 걸어왔길래 상업베이스로
합병을 결정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부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