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극약처방이 아시아
인근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등에서는 홍콩 역시 강력한 외환통제를 실시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투기세력들이 일제히 꼬리를 내리는 반면 싱가포르등에서는
장외주식거래가 위축되는등 타격을 입고 있다.

나라마다 명암이 엇갈리는 셈이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일 자국 통화 링기트를 미 달러당 3.80에
고정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날 조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하루전인 1일 발표한 "획기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의 후속조치다.

이 대책에는 링기트 거래를 국내로 한정하고 외국인들간에 거래되는
말레이시아 주식 장외시장도 인정하지않는 등의 강력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 극약처방이 필요할 만큼 경제도 심각했다.

링기트화 가치는 지난해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래 40%나
하락했었다.

경제성장률도 올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2.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6.6%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마하티르식"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이번 조치로 환율이 안정되면 금리를
낮출 여지가 생겨 국내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ING베어링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틴커는 "이번 조치로 금리가
낮아지고 자금이 실물경제로 몰리면 말레이시아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옹호론자들은 또 그동안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주장해온 자본시장
자유화 조치가 아시아위기를 심화시켰다면서 아시아국가들이 고정환율제
등 부분적인 자본시장 규제조치를 잇달아 취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미 MIT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국가들을 위해
외환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었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IMF는 즉각 "외환규제는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말레이시아 주가와 통화는 크게 올랐다.

전날 외환규제조치 발표에 자극받은 외국인 투매로 큰 폭으로 떨어졌던
콸라룸푸르 주가지수는 이날 오전한때 9% 가까이 오른 286.20을 기록했다.

링기트화도 전날에 이어 미 달러당 3.8001까지 치솟았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