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자마을 등 장수촌을 발견한 영국인 메카리슨 박사는 빵과 버터 잼
통조림 등 영국식 식사를 27개월동안 실험용 쥐들에 먹인 결과 갖가지
대사성 질환과 신경계의 병을 앓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시리얼에다 우유를 부어 만든 간이음식, 빵 한조각 계란 프라이 등이 바쁜
현대인들의 아침식사이다.

이모두 인간의 건강에 좋지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자연의 지혜를 배워 계절에 따라 청국장과 새우젖
넣은 계란찜, 그리고 동치미 등 토속적 향취가 나는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자연과 호흡하는 오행의 개념을 식품에도 활용한 것이다.

예컨대 보리나 밀은 목으로 수수나 더덕 도라지는 화로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오행의 개념이 모두 녹아있는 유일한 식품은 콩이다.

물론 재배과정에서 인간의 장난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단서를 달고서다.

콩은 그종류에 따라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그리고 까망 등 모든 색깔이
다 구현되는 유일한 식품이다.

메주를 만드는 노란 콩 구수한 맛이 일품인 까만 밤콩, 파란 완두콩 등
오행의 다섯색깔이 각 개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행의 구전(다갖춤)이라고 했다.

오행의 개념이 녹아있기때문에 유아들의 성장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심장 간장 신장 등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 성인병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했다.

옛고구려땅인 만주벌판이 원산지인 콩은 특히 우리 민족의 음식에서
다양하게 활용됐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대설에 접어들기가 바쁘게 우리 어머니들은 메주를
쑤었다.

이 메주에서부터 파생된 것들이 간장, 된장, 고추장, 담북장, 그리고
청국장 등의 장류 발효음식이다.

두부 콩기름 콩죽도 만들었다.

콩은 우리네 선인들의 지혜가 담뿍 담긴 먹거리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