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의 정부개혁과 시사점 ]

김판석 < 연세대학교 행정학교수(pankim@dragon.yonsei.ac.kr) >

지금은 전지구적인 개혁의 경쟁시대이다.

정부부문에서도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은 물론 미국 등 주요 OECD 국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행정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정부개혁 특징으로는 재무관리에서 투명성 제고와 비용절감,
전통적 관료제의 분리 및 구조조정을 들수 있다.

또 공공분야에 시장메커니즘과 경제원리를 적용하고 관리기능을 분권화
하거나 권한을 하부로 이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와함께 <>결과에 대한 평가와 성과관리제 도입 <>행정서비스의 품질강화
<>규제개혁 <>수요자중심의 행정관리 혁신 <>정보기술을 통한 전자정부
구축도 주요한 경향이다.

과거의 정부인사정책도 대거 바뀌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가 제공했던 평생직장과 고정적인 보수제도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기업에서나 적용되던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나 성과급,그리고 보수와 임용
조건에 대한 자율화 및 현지화 등의 조치가 공공분야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행정의 공익성을 무시하고 행정행위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재정위기를 맞아 "신공공관리"혹은 "관리주의"라고
불리는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고 믿어온 정부부문에 시장경제와
경영의 개념이 확산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김대중정부의 행정개혁철학도 기본적으로는 앞서 지적한 세계적 흐름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메커니즘과 경제원리를 중시하는 맥락에서 "정부산하단체"에 대한
광범위한 개혁을 시도한 것이 그 일례다.

현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으므로 앞으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
대한 행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인력과 조직을 적정규모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자를 가중시키고 부실을 자초하는 산하단체들
도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개혁을 위해서는 하루속히 정부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제도개선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사제도 개혁은 매우 시급하다.

고시제도같은 폐쇄적인 임용방법을 과감히 수술하는 것 등을 포함한 인사
제도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고위공무원들이 능력을 발휘하여 대통령의 국정관리의지에 따라
책임있게 행정을 관리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고급공무원단을 설치.운영할
필요가 크다.

행정개혁의 성패는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그 중에서도 개혁지지세력의 확보와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중요
하다.

개혁하면 할수록 기득권이나 기존세력을 배제시키는 특성을 가진 것이
개혁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새로운 지지세력을 창출해나가야만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

그동안 개혁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제시 등을 통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부족했다.

정부는 앞으로 실천가능한 정책목표와 전략을 개발하여 과거와 같은 실패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정부답게 행정서비스를 "더 질 좋고, 더 값싸고,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스마트하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IMF로 인한 위기상황이야말로 한국정부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이
시대의 마지막 기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