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화공급 확대를 주축으로 한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나 내용면에서 적절한 선택으로 평가할만
하다. 특히 본원통화공급 확대는 물론 주택 및 내구소비재 구입을 위한
수요자금융 확충 등 보다 구체적인 소비촉진책까지 제시한 것은 실물경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의 천명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은 정책의지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정책
의도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수단들이 강구돼야 하고, 그것도 기업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실효성이 보장돼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시책들이 어느정도 경기진작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소득이 줄어든 마당에 수요자금융을 확대한다고 해서
내구재 소비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또 통화공급을 늘린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돈이 금융권에만 머물게 된다면 기업자금난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경기진작 대책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통화공급의 확대가 실물경제, 특히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현재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유동성수준에 비해 훨씬
경색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이유는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위험부담 등을 고려해 기업대출을 꺼리는데다
금융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BIS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가급적 융자기능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같은 사정이 변하지않는한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기업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함께
이뤄져야 경기대책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될수록 빨리 마무리 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의 구조조정 또한 미봉으로 그칠 수 없는 사안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양립할 수 있는 경기진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최대한 인수해주고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계획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좀더 앞당겨 지원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아직은 우리경제가 외환위기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출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의 하나는 금리의 하향안정이다.
회사채수익률 등 지표금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기업들의 실질적인 금리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금리안정을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은행들의 자기방어적인 자금운용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