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의 대기는 연탄냄새로 가득찼고 집집마다 장롱 한 편에 두툼한
솜이불이 자리잡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연탄 대신 도시가스가,
솜이불 대신 얇은 캐시밀론이나 오리털이불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번창하던
연탄가게는 순식간에 쇠퇴일로에 접어들었다.

시내 곳곳에 있던 솜이불가게나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목화밭도 자취를
감추었다.

당시 환경의 변화를 일찍 깨달은 사라들은 새로운 업종이나 산업으로
재빠르게 전환하여 쇠락의 길을 비켜갔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었다.

이처럼 환경변화에 대한 인식과 적응은 크게는 국가경영에서 작게는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요구되어진다.

95년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로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국가경영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지방자치시대로 접어들었다.

민선지방자치 2기를 맞이한 지금도 권한의 이양에 인색한 중앙정부, 권한만
찾고 책임을 잊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고를 바꾸고 행동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리라 믿는 무관심한 주민들을 볼 때
중앙집권시대의 잔상이 여전히 우리 주위 곳곳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지방자치는 우리들 삶의 일부분이자 외적 환경이 되었다.

지금은 과감한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관료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지방정부는 권리만큼이나
의무가 따른다는 생각을 하며, 지역주민들이 참다운 주인정신과 참여의식을
가질 때 지방자치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도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날이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자는 변화당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모두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