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경제대책조정회의에 보고한 "금융구조개혁 추진
현황및 계획"은 경기부양에 쫓겨 50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우선
투입한다는게 골자다.

은행증자나 부실채권매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빨리 지원, 구조조정의
근간을 이달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10월부터는 경기회생을 위해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구조조정을 마감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금감위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한후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가
변수다.

정부 돈을 지원받는 은행들이 일반 국민들이나 이미 퇴출된 은행직원도
이해할수 있을 만큼 자구노력을 하느냐가 관건으로 남게 됐다.

금감위가 해당 은행들에 요청한 자구노력이 간단치 않다.

우선 합병을 추진하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인원을 40%정도 줄여야 한다.

근거는 1인당 생산성을 선진은행으로 맞춰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뱅크아메리카(BOA)나 홍콩상하이은행 등의 1인당 영업이익은 평균
2억6천만원인 반면 한국은행들의 평균은 1억5천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원을 감축하라는게 금감위 요구다.

금감위는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비율이나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해당은행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연원영 금감위 총괄반장은 "뒤에서 보이지 않게 유도하겠다"고 말했는데
실현될지 미지수다.

인원을 1천2백명과 1천5백명을 감축하라는 지시를 각각 받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신복영 서울은행장은 "인원감축을 위해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에도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금감위는 이들 은행이 외자유치나 합병을 10월말까지 가시화하지
않으면 전임원을 퇴진시킨다는 족쇄를 걸었다.

합병이나 외자유치 등 강력한 자구노력이 성과를 거두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지원하는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거꾸로 보면 정부지원을 미끼로 외자유치를 조속히 성사시키거나 합병을
반강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성사가 안될 경우 정부지원명분을 어떻게 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지원한 후에도 문제다.

앞으로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추가로 기업이 퇴출될 수있다.

그로인해 부실채권이 늘어난다.

지원후 경영상태가 나빠질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실례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증자지원으로 모두 3조원을 지원받았으나
막대한 손실로 해외매각이 여의치 않을 정도다.

정부가 두 은행을 판후 손실보전용으로 얼마를 더 쏟아부어야 할지 알수
없다.

그만큼 정부지원은 확고한 명분을 쌓기가 쉽지 않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금융구조조정에 막대한 지원이 필요
하지만 그에 앞서 해당 금융기관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금감위는 9월말이면 구조조정을 1차로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골치아픈 일을
마감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자금지원에 따른 확고한 자구노력을 실현시키고 경쟁력있는
금융기관을 만드는 것이 더 큰 숙제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금융구조조정 자금지원 계획 ]

<>.지원규모 : 총 50조원

부실채권매입(25조원) <-----------> 증자지원(16조원) 예금대지급(9조원)
조정 가능성

============================ >
가능한한 9월말까지 지원

<>.지원내용

- 5개 정리은행

. 자산초과 부채액 보전
. 인수은행 BIS비율 낮아지지 않도록 증자지원
. 인수은행과 퇴출은행 부실채권 매입

- 합병은행

. 부실+부실=BIS비율 10%로 증자 지원
. 우량+부실=우량은행 BIS비율 수준으로 증자지원
. 우량+우량=원칙적 지원
. 합병대상은행 부실채권 매입

- 자체정상화은행

. 부실채권 매입, 필요한 경우 증자지원(후순위채권 매입)

- 보험, 상호신용근고, 신협 등 2금융권 구조조정 지원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