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팰트로가 스크린의 새 히로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초 영화 "엠마"에서 발랄한 귀족처녀로 등장, 영화팬을 설레게 하더니
"위대한 유산"에서는 차가운 비밀을 간직한 미녀로 변신했다.

이달에는 "슬라이딩 도어즈"와 "블러드 라인"(원제 허쉬)이 기다리고 있다.

10월 개봉될 "퍼펙트 머더"까지 셈에 넣으면 올해는 "기네스 팰트로의
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그녀의 팬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와 갸날프지만 주관이 뚜렸한 마스크가 신비스런
이미지를 더한다는 정도다.

주말 개봉되는 "슬라이딩 도어즈"는 그녀의 고혹적인 매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기네스 팰트로의 인생극장"으로 불릴 만한 이 영화는 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 뒤바뀌는 한 여인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우연성"에 좌우되고
있는가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MBC-TV의 인기 코미디프로그램이었던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비슷한
구성이다.

두가지 인생을 교묘하게 병치시키는 피터 호윗 감독의 솜씨가 재치있다.

주인공 헬렌의 인생을 뒤바꾼 것은 지하철이다.

기차가 떠나려는 순간 후다닥 달려가 열차를 타느냐 못타느냐에 따라
애인의 바람기가 밝혀지는 것.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속에서 헬렌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

수많은 우연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할 용기가 있는가"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는게 영화의 숨은 주제다.

다음주말 선보일 "블러드 라인"에선 그녀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할리우드판 "올가미"인 이 영화는 편집증에 걸린 시어머니와 주변 가족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네스 팰트로의 영화속 이름은 또 헬렌이다.

최지우와 윤소정, 기네스 팰트로와 제시카 랭의 연기대결을 음미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