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빅딜 이제부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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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고 탈많던 "빅딜"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5대그룹은 어제 오후
3시 전경련회관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항공기제작 발전설비 및 선박엔진
철도차량 등 7개 업종의 단일법인 설립방향 및 대정부 건의사항 등을 밝혔다.
특히 반도체와 발전설비는 일원화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을뿐 지분비율 등
구체적인 방안은 계속 논의하기로 해 시한에 쫓겨 억지춘향 식으로 합의안을
내놓은 인상이 짙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일단 빅딜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진짜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빅딜은 과잉.중복투자된 산업의
교통정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해당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이같은 교통
정리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추진이 아닌 정부의 강권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시장경제에서는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시장경쟁을 통해 퇴출당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경제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기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빅딜을 강요하다시피
하며 서두르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대로 정부가 앞장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의 빅딜은 과거의
예로 봐서 큰 후유증을 낳기 쉽다.
우선 기업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를 해놓은 마당에 반강제적으로 독자
경영을 포기하게 되면 당연히 일부대출의 출자전환, 우대금리적용 및 지급
보증해소, 법인세 및 특별부가세감면 등의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정부가 지원해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한 예로 출자전환을 요구해온 7개업종의 은행대출금만 20조원에
달한다는데 이중 일부만 출자전환을 해줘도 특혜시비와 함께 이자수입이
줄어든 은행에는 자금지원을 해줘야 하는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
또한 해당업종의 과잉설비와 인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문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면 어떤 형식으로든
남는 설비와 인원을 줄여야 하는데 최근 은행합병의 예에서 보듯이 어느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설비와 인력을 감축하느냐는 문제로 기업간.노사간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나 선박설비처럼 공동법인의
경영권향방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다툼이 더욱 심해질지 모른다. 아울러
자산실사, 하청 및 납품관계, 소액주주의 매수청구권 처리에서도 만만치않은
시비가 생길 수 있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정부당국과 관련금융기관 및 해당기업들은
깔끔하게 끝마무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빅딜대상이 된 7개
산업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만일 일이 잘못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과 후유증을 겪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
3시 전경련회관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항공기제작 발전설비 및 선박엔진
철도차량 등 7개 업종의 단일법인 설립방향 및 대정부 건의사항 등을 밝혔다.
특히 반도체와 발전설비는 일원화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을뿐 지분비율 등
구체적인 방안은 계속 논의하기로 해 시한에 쫓겨 억지춘향 식으로 합의안을
내놓은 인상이 짙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일단 빅딜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진짜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빅딜은 과잉.중복투자된 산업의
교통정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해당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이같은 교통
정리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추진이 아닌 정부의 강권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시장경제에서는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시장경쟁을 통해 퇴출당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경제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기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빅딜을 강요하다시피
하며 서두르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대로 정부가 앞장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의 빅딜은 과거의
예로 봐서 큰 후유증을 낳기 쉽다.
우선 기업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를 해놓은 마당에 반강제적으로 독자
경영을 포기하게 되면 당연히 일부대출의 출자전환, 우대금리적용 및 지급
보증해소, 법인세 및 특별부가세감면 등의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정부가 지원해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한 예로 출자전환을 요구해온 7개업종의 은행대출금만 20조원에
달한다는데 이중 일부만 출자전환을 해줘도 특혜시비와 함께 이자수입이
줄어든 은행에는 자금지원을 해줘야 하는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
또한 해당업종의 과잉설비와 인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문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면 어떤 형식으로든
남는 설비와 인원을 줄여야 하는데 최근 은행합병의 예에서 보듯이 어느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설비와 인력을 감축하느냐는 문제로 기업간.노사간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나 선박설비처럼 공동법인의
경영권향방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다툼이 더욱 심해질지 모른다. 아울러
자산실사, 하청 및 납품관계, 소액주주의 매수청구권 처리에서도 만만치않은
시비가 생길 수 있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정부당국과 관련금융기관 및 해당기업들은
깔끔하게 끝마무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빅딜대상이 된 7개
산업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만일 일이 잘못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과 후유증을 겪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