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은 7개업종에 대한 구조조정합의발표에 대해 대기업의 개혁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5대그룹 관계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서로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5대
그룹이 테이블에 마주앉아 짧은 시간내 합의에 도달한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긴밀하게 협상을 진행한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업종별 구조조정안에 대한 평가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적지않은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5대그룹은 반도체사업을 둘러싼 현대와 LG의 신경전이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와 LG는 경영권 지분율 등 현안에 대한 합의없이 단일회사를 세우기로
발표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단일회사로 합치기로 한 항공 철도차량분야도 궁극적으로 누가 경영권을
행사할지에 대한 그룹별 입장차이가 있어 잡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우 등 일부 그룹은 "국가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만큼 입장차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종별 구조조정안에 계열사가 가장 많이 포함된 현대는 이번 구조조정안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항공 철차 발전설비 등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분야를 단일법인으로
합쳐 "규모의 경제"를 어느정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 등 항공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 그룹도 단일법인체를
통한 구조조정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구조조정 협상이 남아있어 앞으로 협상
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반도체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안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협상
추진과정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시간에 쫓겨 일단 협상의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으로 LG는 보고 있다.

5대그룹 협상실무자들은 특히 이번 구조조정안이 인수합병 사업양수도,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수단을 검토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려고 애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안이 앞으로 지속적인 대기업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점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구조조정안이 졸속이라는 지적에 대해 5대그룹은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때문에 완벽한 안을 마련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숨돌릴 틈도 없이 밤을 새워가며 협상을 진행했지만 모든 업종에서 만족할
만한 답을 얻긴 어려웠다는게 구조조정 태스크포스팀들의 얘기다.

그러나 일부 그룹 관계자는 "경쟁을 부추기고 기업들의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할 상황에서 단일 법인을 구성한다든지 한 회사에 사업을 몰아주는
일은 시장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5대그룹이 7개 업종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6대이하 그룹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구조조정 압력이 앞으로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와 LG가 핵심사업중 하나인 반도체 부문에 대해서까지 "일원화해
운영한다"는 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6대 이하 그룹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커졌다.

6대이하 그룹의 한 관계자는 "5대그룹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만큼 나머지 그룹들로서는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인 7개업종을 보유한 6대이하 그룹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일회사로 출범하는 거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렇다.

게다가 구조조정 대상업체에 각종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해선 자칫 구조조정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을까 우려하는 탓인지 논평을 꺼리는 눈치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