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업구조조정으로 어느 그룹이 이익을 보고 어느 회사가 손해를
봤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동경영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지만 그룹에 부담이 되던 사업을 분리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항공 철차 발전설비가 대표적이고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던 석유화학부문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정부도 합의된 구조조정에 대해 각종 세제 및 금융상의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앞날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때 괜찮은 "딜(Deal)"이라는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번 합의로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그룹은 현대 삼성 대우.

SK는 이번에 포함된 업종이 없고 LG도 현대와 반도체 사업을 일원화한다는
원칙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다.

3개 그룹 가운데서도 대우는 항공과 철차부문만 해당된다.

항공도 그렇지만 철차는 정부 발주 물량에 비해 생산능력이 2배나 되는
대표적인 설비과잉업종.

1량을 납품하면 1억원씩 밑진다는 사업이다.

대우는 짭짤한 이득을 본 셈이다.

현대와 삼성도 섭섭하지 않다.

현대는 3조원 부채규모의 석유화학과 항공 철차 발전설비를 털어낸 반면
자산규모 3조원의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게 됐다.

한화에너지의 부채규모는 3조4천억원이나 발전부문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2조4천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부채는 많지만 현대는 시장점유율 19%로 빅3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외자유치에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당장은 어렵지만 1,2위와의 경쟁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삼성 역시 부채 2조5천억원의 석유화학과 2조4천억원의 항공을 털어내
만족스럽다.

발전설비나 선박용엔진도 마찬가지.

특히 만년적자에 당장 일감조차 없는 항공을 떼어내게 됐다는게 매우
다행스럽다는 표정이다.

이번 구조조정 참여기업들은 각자의 사업을 내놓는 형식을 취해 자동차사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에서 원하는 사업인수를 시도할수 있다는 명분도
축적할수 있게 됐다.

결코 "마이너스 섬" 게임은 아니었다는게 해당 기업들의 자평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