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3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조선, 철강, 건설중장비,
공작기계 등 이번에 빠진 업종과 울산.여천 석유화학단지의 구조조정을
계속해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혀 주목되고 있다.

빅딜 후속협상엔 5대그룹 외의 기업도 참여하게 된다.

조선, 철강 등은 지난달 31일 최홍건 산업자원부 차관이 구조조정 대상
10개 업종을 밝힐 당시 제외됐던 업종으로 관련 기업들은 발표문의 진의파악
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유화(울산단지.여천단지) =여천단지에는 LG 대림산업 한화종합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4개가 있다.

전경련은 LG주도로 구조조정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규모에서
대림에 밀리기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대림과 호남석유화학간에는 이미 협력체제가 구축돼 있다.

대림산업은 호남석유화학에 오는 99년 6월부터 연간 15만t의 에틸렌과
10만t의 프로필렌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호남석유화학은 대림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나프타분해시설
(NCC) 증설을 연기했다.

또 대림, 호남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등 3개사는 지난 90년대초 공동출자
형태로 "YTT 여천 탱크터미널"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부두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

롯데계열의 호남석유화학은 여천단지에 단일법인을 세울 경우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단지는 SK와 대한유화 등 2개사가 있으나 대한유화의 규모가 SK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경련 태스크포스의 설명대로 SK 주도로 구조조정 협상을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와 SK를 제외한 유화 4사는 자신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 철강 =한보철강 동국제강 인천제철 한국철강 한국철강 등 전기로 5사의
경우 현대그룹계열 인천제철을 제외한 4사가 5대 그룹밖 업체라는 이유로
일단 빅딜대상에서 배제됐었다.

그러나 극심한 내수 침체와 해외시장 위축으로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들 전기로 5사의 공장 가동률은 올 하반기들어 평균 70%대에 머물러 있고
건설경기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생존차원에서 강도높은 구조
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유럽연합(EU)과 미국업체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어 업계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수강업계도 창원특수강이 작년 한해만 5백50억원의 적자를 내고 법정관리
업체인 삼미특수강의 경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조선 =앞으로 2년간 수주 물량이 확보돼 있고 전량 수출하는 업종이라는
점 때문에 1차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졌었다.

그러나 이날 구조조정을 계속할 업종으로 지목돼 현대 대우 삼성 한진중공업
등 4사가 모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관건은 부도 상태인 한라중공업이다.

현대 대우 삼성 등 대형 3사가 모두 인수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현재 미국의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통해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실패로 돌아갈 경우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은 본격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 건설중장비 =현대중공업과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부문을
인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 3사는 건설경기 침체로 최근 생산라인
가동률이 50%에 머물고 있어 막대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또 수출선 확보도 쉽지 않아 일부업체는 라인 가동중단이나 순환휴직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볼보는 일단 예외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현대와 대우가 한쪽에 몰아주든지, 아니면
철도차량 등의 경우처럼 별도의 단일법인을 세우는 방법 밖에 없다.

<> 공작기계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기아중공업 화천기계 두산 삼성항공
통일중공업 등이 포진하고 있다.

매출이 지난해의 30% 수준까지 곤두박질쳐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여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여러차례 제기됐다.

현대정공의 경우엔 공작기계 부문에 외자유치를 통해 별도법인으로 분리
하겠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작기계는 중소업체가 많고 업체마다 특화된 제품이
많아 대기업 주도의 대폭적인 구조조정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