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혼미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루블화가 연일 폭락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전면적인 "디폴트
(채무불이행)" 선언 임박설과 함께 유혈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은 러시아 정부가 환율을 자유화시키자 마자 외환통제 비상조치를
발동해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분석연구소의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 소장은 3일 "러시아
정부가 급격한 재정수입 감소로 조만간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올해 지급해야 할 외채가 총 60억달러인 반면
올 연말까지 확보될 수 있는 재정수입은 45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도 한달 전 1백92억달러에서 이날 현재 1백27억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러시아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달러유출이 빚어져 지난 5월 이후
러시아인들에 의해 해외로 불법유출된 것만도 35억-4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관련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본도피를 막기위해 수출입용 외환 결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 따라 러시아의 수출업자들은 앞으로 수출계약과 동시에
선급금을 받아 인가된 은행의 계좌에 달러 등 경화로 예치하거나 취소
불가능한 신용장을 확보해야 한다.

루블화 가치는 폭락을 거듭,러시아 중앙은행의 공식환율이 달러당
13.46루블로 치솟았다.

이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기 전의 달러당
6.3루블에 비해 절반 이하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에따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35-40루블이던 소시지 가격이 1백18루블로
뛰는 등 물가도 폭등하고 있다.

이와관련 보리스 표도로프 부총리 서리는 이날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식 태환정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태환정책은 자국의 통화가치와 특정 외국환의 가치를 일정 비율로
고정시킨 후 외국환 보유규모에 맞추어 자국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이날 의회에 대통령 탄핵 동의안을
제출했다.

또 이고르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 대행도 "러시아 군부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신속히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옐친의 지지세력과
반대세력간에 유혈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