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다시 엔화 강세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엔화가 1백33엔대의 강세로 돌아서자 증권가에선 "엔.달러환율이 상투를 칠
때가 주가 바닥"이라는 그간의 논의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7월에만 해도 이런 방정식이 통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달러당 1백47.63엔에서 저점을 찍은 엔화가치가 4일엔
1백33엔대로 10%나 올랐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증시 주도세력인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과 달라진 것은 세계경제 불안으로 뉴욕주가가 죽을 쑤고 있다는 점.

외국인은 일본 경제회복(엔화 강세)과 그에 따른 아시아경제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시장에 접근했으나 이제는 세계경제전체의 틀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풀이다.

<>엔화 전망 ="일시적 현상"과"추세적 흐름"이란 견해로 엇갈린다.

구영욱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일본
경제의 펀드멘털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미국경제의 불안 때문"이라며 "미국
경제가 안정을 찾을 경우 엔화는 다시 약세로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기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미국경제도 중남미 경제위기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한 만큼 달러약세(엔강세)는 추세적으로 흐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우기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경우 달러 약세는 더욱 속력을 붙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외국인 반응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는 "최근의 엔화강세와 관련해
외국인이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5일째 순매수를 한 것은 MSCI(모건스탠리지수)한국비중 확대와
함께 미국 홍콩등 선진국 시장이 워낙 불안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에 자금이 몰린 결과로 해석했다.

외국인은 7월에만 해도 엔화 동향을 국내주식 투자의 바로미터로 삼았다.

엔화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제2의 외환위기를 우려했던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사태와 뉴욕주가 폭락사태 이후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수혜주 =엔화 강세가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일본상품보다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조선 반도체 등 수출비중이 높은 제조주가 수혜주로 꼽힌다.

종합주가지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반해 제조업종지수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도 엔화 강세의 영향이란 분석이 많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