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반듯한 성냥갑 모양을 탈피해 곡선미를 살리는게 요즘 집짓기 경향이다.

또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황토흙 등 자연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에 있는 조광명씨의 집은 이같은 두가지 흐름을 잘
조화시킨 대표적인 주택으로 꼽힌다.

국도변에 위치한 이 집은 독특한 조형미 덕에 오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볼링 국가대표 출신인 조씨가 지난해 11월 완공한 이집은 와이어패널을
재료로 사용해 유연한 곡선미를 만들어 냈다.

와이어패널은 말그대로 "철사로 만든 패널"로 중간에 6~8cm의 단열재를
넣고 시멘트 몰탈등을 뿜어 외부를 마감하는 신소재.

"자유롭게 형태를 변경할 수 있고 두께를 얇게 할 수 있어 돔형지붕 등도
쉽게 만들 수 있는게 장점"(예록건축 박재희 소장)이다.

건물면적 60평, 방5개의 2층짜리 이 집을 짓는데 든 건축비는 평당 3백만원,
부지매입비로 평당 40만원 등 총 2억여원이 들었다.

좀 비싸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집을 들여다보면 그같은 생각이 싹 가신다.

포근하고 안정된 곡선형 지붕으로 외관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외벽은
질감을 살릴 수 있는 황토흙으로 장식, 동서양건축의 장점을 나름대로
살렸다.

또 천정을 높게 만들어 답답함을 없애고, 내부벽면도 황토로 마감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함을 더했다.

9월 초가을 햇살이 따가운데도 집안으로 들어서면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집이 북향인점을 고려해 동쪽 천정쪽으로 채광창을 내 북향집의 단점을
보완하는 세심함도 배려했다.

다만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연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드는게 아쉬운
점이다.

조씨는 서울에서 52평형 아파트를 팔고 지난 96년 8월부터 1년3개월에 걸쳐
이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건축기간이 다소 길어진 것은 정원의 나무 한그루 돌 하나에까지 정성스레
품을 들였기 때문이다.

장한평 황학동을 뒤져 지게 등 옛스런 물건을 구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집안의 운치를 높이는데는 이만한 물건들이 없어서다.

조씨는 집바로 옆에 지붕을 패랭이 갓 모양으로 연출한 "나의 살던 고향은"
이란 이름의 카페를 만들어 오가는 길손들의 쉼터도 제공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설계대로 집을 짓다보니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며 "일과 전원생활을 동시에 즐기고 있다"고 조씨는 만족해 한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