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지자체 수입의 3대 축인 지방세.세외수입.정부지원금이 올들어 동시에 큰폭
으로 줄어들면서 일부 지자체는 부도직전에 처해 있다.

전체 2백48개 지자체(16개 광역지자체 포함)중 절반 이상(60%)이 지방세
수입만으론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다.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으면 지자체도 도산할수 밖에 없다.

IMF 한파는 이제 "지자체 파산"이란 위기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6일 행정자치부및 기획예산위원회등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지방세 징수액
은 5조97억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부동산거래가 한산해지자 취득세 및 등록세가 전년 동기 대비 27%나 감소
했다.

취득세 및 등록세는 통상 지방세수의 40%를 차지해온 만큼 부동산시장 위축
에 따른 충격파는 크다.

이에따라 정부는 올해 지방세징수액을 당초 목표(19조7백68억원)보다 13.9%
적은 16조4천2백47억원으로 수정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실제 징수액이 이보다 훨씬 밑돌 것이라고 우려
하고 있다.

정부의 지자체 지원금 감축도 재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

올해 지방양여금이 당초 3조4백46억원에서 2조5천6백54억원으로 15.5%
줄어드는 등 정부의존수입이 16조7백89억원에서 14조5천3백90억원으로 9.6%
감소한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 행자부는 올해 지자체 총세입이 당초 계획
(57조7천5백53억원)보다 7.5%가량(4조3천3백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지급될지 의문이다.

지자체 자체 수입의 50.1%를 차지하는 세외수입 역시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

대전시는 둔산 신청사 공사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청사를 팔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민간기업과 합작, 부산종합화물터미널을 설립했지만 지난 4월
부도로 무너지면서 투자금액을 날리게 됐다.

"지갑을 주웠는데 열어보니 부도수표만 들어 있다"(안상영 부산시장)는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재정난이 악화되면서 지자체의 당면과제는 돈 빌려오는 것이 됐다.

지난해말 현재 지자체 채무잔액은 19조8천20억원.

올해 지자체 전체 예산의 39%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에따라 올 상반기에만 4조7천4백54억원의 지방채를 발행(예정분 포함),
지난해 승인액(4조3백12억원)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채권을 발행해야 할지 알수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돈이 없다보니 공사대금 결제를 몇개월째 미루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외상공사도 속출하고 있다.

호흡기로 연명중인 지역경제의 숨통을 지자체가 끊고 있는 형국이다고나
할까.

문희갑 대구시장은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모든 지자체는 아무 일도
할수 없을 것"이라며 "현행 내국세의 13.27%로 묶여 있는 지방교부세율을
2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선 충남 홍성군수도 "군 재정이 언제 부도날지 모를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와관련, 정부는 자체 능력으로 채무를 갚을수 없는 지자체에 대해 재정관
리인을 파견, 인력감축과 정부지원 등을 통해 회생시키는 "파산선고제" 도입
을 검토중이다.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주민 등이 파산선고를 신청하면 국회의원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지방자치파산선고위원회" 결정을 거쳐 법정관리한다는 내용
이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