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혼란에 대한 대응방향이 두갈래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금리인하 논의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제3세계
국가들의 외환통제 및 고정환율제 시행이다. 전세계는 금리인하 쪽을 훨씬
더 주목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두가지 움직임이 서로 배타적이 아니라
보완적이어야 하며 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이고 신속한 대응이라고 믿는다.

미국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원회는 지난 3일 미국 일본 독일 세나라가
동시에 금리를 인하해 디플레이션을 막자고 긴급 제안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해지자 돈이 유일한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미국으로만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미국의 단기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수정제의인
셈이다.

하지만 세나라가 동시에 금리를 낮추자는 제의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일본은 금리수준이 이미 극히 낮아 금리인하로 더이상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유동성 함정"상태에 있으며, 독일도 내년초 유럽단일
통화제도의 출범을 앞두고 다른 유럽국가들의 금리수준과 맞추기 위해 오히려
금리를 높여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직 별 문제 없다는 미국내 일부 주장이나,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은 일시적인 조정국면일뿐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티트마이어 독일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남미의 금융
불안이 극심해지자 그린스펀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해도 국제자본이 제3세계로 환류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일본쪽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싶다. 일본의
명목금리는 낮지만 물가하락이 실질금리를 높여주고 있고 엔화의 강세반전에
따른 환차익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줄이고 아시아각국의 금융불안도 완화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경제사정이 훨씬 더 절박한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은 최근
외환규제를 강화하고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이들 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적고 외자유출의 위험 때문에 이번 조치의 성공여부는 불확실
하지만, IMF의 긴축재정 및 고금리 처방으로 이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제3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책을 주장한 미국의 크루그만 MIT교수의 지적대로 이같은
조치는 경제난을 수습하기 위한 긴급처방일뿐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 등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국제금융 불안은 뿌리 깊은 배경이 있는 만큼 우선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 일단 위기를 넘긴뒤 투기자본의
규제, 나아가 변동환율제의 개선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