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50년전.

미국인들의 성습관을 다룬 "킨제이 보고서"가 처음 출간돼 선풍적인 화제를
몰고 왔던 1948년, 오늘날 인류문명의 대변혁을 예고한 또 다른 책 한권이
나왔다.

킨제이 보고서가 오르가즘(Orgasm)을 다룬 것이라면 이 책은 오가니즘
(Organism:유기 조직)에 관한 것이었다.

"Cybernetics(인공지능학)"를 표제로한 이 책은 매우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예상외의 인기를 모으면서 베스트셀러자리에 올랐다.

저자인 당시 MIT교수 노베르트 위너 박사는 전자회로로 이뤄지는 신경망을
통해 기계도 생명체처럼 스스로 행동을 제어할수 있다는 이론을 확립했다.

오늘날 지구촌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
(신경망)가 만들어내는 사이버임팩트(충격)는 처음 이렇게 예고됐다.

<< 지난 95년 "컴퓨터황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금융
소프트웨어업체인 인튜이트를 매입하려다 실패했다.

금융업계의 거센 반대 때문이었다.

당시 "포천"지는 "MS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소비자은행이 될 것이다"
고 언급했다.

MS는 소비자들이 언제 어느곳에서든 PC만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주식을
사며 투자도 할수 있는 "사이버은행"은 만들려 했던 것. >>

보잉777은 단 한장의 종이 설계도면없이 만들어진 최초의 항공기이다.

항공기 설계 제작 시험에 참여한 세계 각국 수만개의 협력업체는 설계정보
가 담긴 같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전산망을 통해 서로 교류했다.

모든 부품은 이 소프트웨어로 설계되고 조립됐다.

강한 충격을 주어 비행기의 튼튼함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도 이뤄졌다.

컴퓨터 속에서 소프트웨어 하나로.

사이버임팩트는 더 이상 "가상" 아닌 "현실"로 이렇게 다가왔다.

위너의 "인공지능학"이 나온지 50년이 지난 올해 미국 상무부는 주목할만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떠오르는 디지털 경제(Emerging Digital Economy).

이 보고서는 오늘날 미국의 유례없는 고도 경제성장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기술의 발전,그것을 이용해 성공을 거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덕분이었다고 한마디로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특히 컴퓨터와 통신이 융합된 인터넷이 앞으로 경제의 흐름과
방향을 결정짓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세계가 인류의 새로운 생활공간, 경제활동무대가
되면서 끊임없이 뉴비지니스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게 보고서의 일관된
논지였다.

세계최대의 사이버서점인 아마존의 지난 96년 매출은 1천6백만달러.

이것이 97년에는 무려 9배인 1억4천8백만달러로 늘었다.

이게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파워다.

마법인 셈이다.

이미 마법의 세계는 열렸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사이버혁명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혁명이 제 궤도에 올랐을때 그 임팩트는 산업혁명보다 더 충격적일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 변혁의 소용돌이 가운데 놓여 있다.

위기의 한국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빅딜도 좋고 구조조정도 좋다.

그러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이미 낡고 굳어버린 틀을 가진 거대기업을 억지로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시공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프라, 사이버파워속에서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키워드와 새로운 기회(Economic Opportunity)를 찾아야 한다.

지금 모든 경제주체가 서둘러야 하는 일이다.

사이버임팩트는 벌써 우리에게 변할 것인가, 아니면 쓰러질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대변혁(The Great Transition)"의 저자이자 정보기술컨설팅의 대가인
제임스 마틴은 "변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라고 했다.

< kunn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