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해 인플레이션 정책을 실시할 것이냐 여부를 둘러싸고
논의가 한창이다.

인플레이션정책 찬성론자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선 중앙은행이 일정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유도하기 위해 돈을 충분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로 미국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은
부정적인 논조가 주류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인플레이션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일본
경제가 처한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 때문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이다.

일본 경제가 처한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이란 무엇인가?

논자에 따라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아시아의 한계론"으로 이미 잘 알려진 크루그만 교수가 주장하는
유동성 함정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 경제는 명목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따라서 투자와 저축을 일치시키는 수준까지 실질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율을 올리는 수밖에는 없게 된다.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으로 열거되는 다른 하나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융권의 부실자산이다.

금융론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의 앨런 멜처(Allan Meltzer) 교수에 의하면
지금과 같이 자산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금융권의 부실 자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인플레이션 정책을 통해 증권이나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주장은 모두 일본의 경기 회복을 강력히 요구하는
미국의 학자들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태도이다.

지난 달 15일에 발표된 일본은행의 정책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대부분이 인플레이션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 이유로는 <>물가는 한번 오르면 조절이 어렵다는 점 <>중앙은행의 목표는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아닌 물가 안정에 있다는 점 <>경제구조 개혁에
역행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정책은 엔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위안화의 절하를 야기하고 이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 외에도 물가 상승에 따라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실질 금리는 인하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게 아니냐는 등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세이다.

지난 4월에 법률적인 독립성을 획득한 일본은행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있겠지만 버블 붕괴의 충격을 경험한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러한 일본의 상황은 통화 확대 내지는 반디플레이션 정책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한국은행의 목소리보다는 경기 부양을
주장하는 재경부의 주장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가 안정만을 외치는 한국은행이 구태의연하다는 힐난도 들린다.

물론 우리나라의 통화 팽창 정책이 곧 인플레이션 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국내외로부터 우리보다 더 많은 경기 부양 압력을 받고 있는
일본이 왜 돈을 푸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일본과 똑같이 경제구조 개혁의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장성현 < 와이즈 디베이스 책임연구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