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의 임직원은 1천7백명.

이정도 규모의 한국기업이면 주요사항을 결정하는데 6~7개의 결재단계를
밟는다.

하지만 이 회사는 대개 2단계고 길어야 3단계다.

담당자 부서장 본부장(임원).

단계가 짧은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 소비자 욕구변화에 신속히 대응
할수 있다.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비결은 슬림 앤 플랫(slim & flat)조직.

사장 밑에는 12명의 본부장이 있다.

이들의 직급은 이사대우부터 전무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본부장끼리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다.

이사대우가 전무에게 결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 본부장 밑엔 부.차장급으로 구성된 부서장이 있고 그 아래에 담당자가
있다.

담당자가 기안한 내용은 부서장이 대부분 전결한다.

극히 사안이 중요한 것만 본부장이 결재한다.

그렇다고 사후감사를 하는 법도 없다.

사람을 철저하게 믿고 맡기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장은 소위 "끗발"이라는게 없다.

이미 위임한 사항에 대해 사장이 권한을 행사하려는 예도 없고 있어도 이를
받아들이는 본부장은 없다.

사장에게 원부자재 납품을 부탁할 경우 권한밖이라는 얘기를 듣는건
당연하다.

다만 당초 예산이나 목표에서 벗어난 일, 다시말해 극히 예외적인 사항이
발생했을 때만 사장이 간여한다.

대신 사장은 시간의 상당부분을 경영환경변화를 예측하고 회사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투자한다.

이것만큼 경영에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