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것이 과연 미사일인가, 아니면 북측의 발표대로 인공위성
인가.

여전히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지만 위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여전히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미국에선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익명의 소식통"을 통한 간접적인 경로로
"위성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의 위성발사를 공식확인한 곳은 러시아뿐이다.

이타르 타스통신은 5일 러시아 위성관측센터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4일에 이어 두번째 확인이다.

발사위치는 물론 위성의 궤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위성을 발사한 곳은 북위 40.8도, 동경 1백29.7도에 위치한 무수단.

현재 북한의 위성이 지구에서 가까운 곳은 2백18.82km, 먼곳은 6천9백78.2km
의 궤도를 타원형으로 돌고있다고 밝혔다.

이 위성은 1백65분1초마다 지구를 회전하고 있으며 위성목록에도 정식으로
등록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위성여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던 미국에서도 위성임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이 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발사한 다단계 로켓의 궤적 등을 볼 때 북한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했다.

미국 정보관련 기구의 한 관계자가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중이지만 꼭
위성이 아니라고 장담하지 못한다"며 위성일 가능성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여전히 "미사일"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5일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확인할 어떤 증거도 확인할 수 없다"며 "북한이 쐈다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아무런 신호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위청과 과학기술청 우정성 등도 오부치 총리의 말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내놓았다.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실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해 "확인중"이라는 해석도 있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언론 쪽에서 위성일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미국이
적절한 발표시기를 고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 워싱턴에서는 제7차 북.미 고위급회담이어 열리고 있다.

사안도 핵개발이나 대북제재 같은 민감한 문제들이다.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미사일"이라고 밝혔다가는 북한이 발끈하고 나서 판이 깨질 수 밖에
없다.

"인공위성"이라고 할 경우엔 북한의 입지만 높여주게 된다.

이러니 미국이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미사일을 쏘았다고 난리를 치는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다른 얘기를 할 경우 일본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미국이 막강한 정보력을 가지고 우방을 농단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이 아직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북한이 무엇인가를 쏘아올린 것은 확인했지만 미사일의 탄착지점이나
위성의 실물을 찾아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성일 경우 크기가 작으면 찾아내기 어렵다는 게 학자들의 얘기이고
미사일도 탄착지점을 놓칠 가능성이 없지않다.

이래 저래 미국은 서둘러서 좋을 게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