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적벽대전의 백미는 제갈량이 하늘에 동남풍을 비는 장면이다.

조조군을 불로 공격하기로 모든 전략, 전술을 세우고 준비를 끝냈으나
결정적으로 화공에 꼭 필요한 바람의 방향이 그때까지 반대로 불고 있었다.

목욕재계하고 밤낮으로 기도드린지 사흘만에 거짓말 같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설마하고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제갈량의 "초능력"에 얼마나
경악했을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현대과학적 의미에서 본다면 제갈량이 실제로 초능력을 가졌다기보다는
천문.기상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매년 그때쯤 동남풍이 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해석이 합리적일 것이다.

제갈량이 기상에 관한 지식이 있었기에 동남풍을 전제로 한 전략을 자신있게
세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처럼 지식은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옛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지식이란 "있으면 유리한"선택우위요소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핵심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지식경영"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이다.

일반인들도 많은 양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지금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는 제갈량처럼 혼자만 아는 지식으로 남과차별화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않다.

그보다는 사내 학습조직이나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교육지원 등 직원들이
유용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적 토양을 정비하는 한편 많은
직원들이 습득한 방대한 양의 지식을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네트웍(Network)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기업경쟁력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경영에 실패한 기업의 운명은 적벽대전에서 패퇴한 조조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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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