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은행합병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언제쯤일까.

현재 진행중인 합병논의를 감안하면 제3의 합병은 의외로 조기에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조합은 "조흥+외환".

무엇보다 정부가 이를 강력히 원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최근들어 노골적으로 조흥과 외환의 짝짓기를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의 청와대 보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달중에 합병발표라도 먼저 하라고 두 은행에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 역시 "합병을 통한 대형화만이 살 길"이란 인식은 갖고 있다.

그러나 상호합병에 대해선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부실은행간 합병이어서 시너지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두 은행은 정작 딴 은행에 마음을 두고 있다.

조흥은 주택은행을,외환은 국민과 주택은행을 각각 집중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하다.

국민은 외환과의 합병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부감을 보인다.

주택은행은 김정태 행장이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합병논의 자체가
부담스런 상황이다.

국민은 주택은행과 합치는게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이라며 애드벌룬
을 띄우는 입장이다.

주택은행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아 한다는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두 은행은 합병후 대량 감원을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적잖이
고민하고 있다.

은행합병 구도에 또다른 변수는 제일.서울은행이다.

두 은행은 당초 모두 해외에 매각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방침변경으로
한 곳만 팔릴 처지다.

대상은 서울은행이 될 것이란 얘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제일은행의 향방이 관심사인데 조흥 외환은 제일은행도
"괜찮은" 파트너로 본다.

조흥은행 일부직원들은 외환은행보다 제일은행과 짝짓기하는게 더 낫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조흥은행은 수년전부터 제일은행과의 합병가능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의도와 의지다.

현재까지의 제반 상황을 종합할 때 정부는 "조흥+외환"만 안중에 두고 있는
듯하다.

단기에 합병실적을 올리기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은행 임원들은 10월말까지 합병을 가시화하지 못할 경우 퇴진
하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