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디자이너"는 영화음악가와 함께 영화의 청각적 표현 부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컴퓨터 신시사이저 샘플러 등 각종 디지털장비를 사용하고 녹음 음향효과
특수음향 등 소리 부문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종래의 음향효과 기사들과
다르다.

사운드디자이너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동시녹음에서 담지 못한 현실의 소리를 다시 만들어내는 경우다.

이를 폴리(foley)라고 부른다.

발자국소리 문닫는소리 브레이크소리 총소리 등을 만든다.

실제 소리를 녹음해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새로
만든다.

요즘은 각종 사운드를 담은 음향데이터베이스가 CD롬으로 나와 있어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다.

현실에 없는 소리를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 내는 경우도 많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 소리를 예로 들어보자.

공룡의 소리를 들은 이가 있는가.

스필버그팀은 1편에서는 지구상의 온갖 동물의 소리를 합성해 공룡소리를
만들었다.

2편인 "잃어버린 세계"에서는 화석에서 발견한 공룡의 성대구조를 컴퓨터에
넣어 합성했다.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뿐 아니다.

실재하는 소리에 "영화적 과장"을 더하는 것이 사운드디자이너의 몫이다.

골인점을 앞둔 육상선수의 심장소리는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게 표현된다.

"덜컹덜컹" 종착역을 앞둔 열차바퀴소리를 연상케 한다.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박동소리는 "콩콩"뛰게 돼있다.

배우의 연기에서 느끼는 것 이상의 정서적 공감대가 바로 이런 소리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다.

장풍 소리가 나지 않는 무협영화를 상상해 보라.

뿐만 아니다.

아무리 동시녹음이라지만 한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부족한 소리를 채워
넣어야 한다.

화면에는 분명히 주인공 뒤에 차가 멈춰서는데 마이크 방향이 잘못됐던지
소리가 없다.

브레이크소리를 넣어줘야 한다.

반대로 소리를 지워야 할 때도 적지 않다.

길가에서 눈물로 헤어지는 남녀 뒤로 "야 빨리 건너" 따위의 실제음이
나오면 영화는 망치고 만다.

녹음을 손질해줘야 한다.

다이얼로그 클리닝(dialogue cleaning) 작업이다.

때에 따라선 영화음악을 합해 전체 녹음을 믹싱하는 작업도 사운드
디자이너의 몫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