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태풍은 여러 대륙을 거쳐
지난주에는 미국 뉴욕증권시장에 상륙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해 적어도 대내적으로는 소극적이었던
미국이 적극적인 대응으로 선회했다.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일 미국은 더이상 아시아
위기로부터의 오아시스가 아님을 시인하고 세계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자율인하도 고려할 수 있음을 천명했다.

LA타임스는 이를 계기로 아시아 경제위기는 마침내 공식적으로 세계화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아시아 경제 위기로부터 적지않은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규모축소와 이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미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켰다.

또 아시아국가로부터 이탈한 금융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돼 미 재무부채권
금리를 5%대로 끌어내렸다.

심지어는 미국의 대아시아 수출감소까지도 과열되고있는 미국 경제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이같은 반사이익을 누려온 미국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이지역에 국한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이 허약한 금융부문을 개혁하고 팽창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시행해
총수요를 부양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를통해 일본의 대아시아국가 수입이 증가해 아시아 외환위기가 완화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압력을 국내 정치적 사정으로 인해
신속히 수용할 수가 없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일본의 과다한 정부재정적자와 1%밖에 안되는 낮은
이자율을 감안할 때 팽창적인 정책으로 총수요를 신속하게 부양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와중에 아시아국가들의 급격한 수입감소로 원유 등 세계 1차상품 가격이
급락했다.

한편 IMF와 독일 등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출 감소로 인해 러시아는
지난달 대외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중남미국가와 호주 등
대양주 국가의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국과 IMF는 이들 국가들의 기업은 아시아국가들과는 달리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며 국제금융계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몇개국은 곧 외환지급불능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대아시아 수출 감소에 더하여 이들 지역국가로의 수출마저 감소
한다면 미국경제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때 10,0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던 다우존스지수가 지난주에는 7,500포인트
까지 하락하면서 뉴욕증권시장은 불안정한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가지수가 50% 하락하면 미국 GDP
(국내총생산)는 7%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공언했다.

그러나 이같이 다급해진 상황에서 미국은 금리인하를 통한 주식가격 하락
방지와 총수요부양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에 언급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이자율을 4%포인트 낮춘다하더라도
GDP 상승효과는 3%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의 이자율인하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1분기 5.5% 성장에서
2분기 1.4% 성장으로 내려앉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동남아지역으로의 급격한 수출감소를 미국 유럽 등의 수출증가로 보전했던
우리로서는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까지도 감소하게 되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급격히 감소할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돌이었던 경상수지 흑자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장래는 암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신뢰도를 높여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뒤늦게 세계경제의 위급함을 깨달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이번주의 런던
재무차관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선진국의 정책협조가 잘 이루어져 선진국 경제가 악화되지
않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