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상승세가 가파르다.

달러당 1백30엔을 넘볼 정도로 회복세가 강하다.

한달전 1백50엔선을 위협하던 엔폭락세는 가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7일 런던시장에서 엔화시세는 한때 1백30엔 중반까지 치솟았다.

이에따라 올들어 엔시세가 가장 낮았던 지난달 11일(1백47.41엔)에 비해
4주만에 17엔이나 회복됐다.

이같은 엔화 강세는 순전히 달러약세 때문이다.

엔이 스스로 올라서가 아니라 달러가 하락한데서 오는 상대적 강세다.

이달들어 달러는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그에 따른 미금리인하
전망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또 시장의 기술적요인들도 달러하락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펀드멘털(경제여건)과 시장내적 요인 모두 달러약세를 가르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 경제도 최근들어서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경기는 둔화되는 중이고 안방시장인 중남미 금융위기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그에따라 "안전한 도피처" 각광받던 달러의 매력도 크게 약화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달러에 몰리던 국제자금이 최근 마르크와 엔화
자산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지난주말에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이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공식 시사, 달러 하락을 부추겼다.

달러하락의 기술적 요인은 미국 헤지펀드의 달러매각과 일본기업들의
달러화자산 매도.

헤지펀드들은 러시아와 중남미시장에서 당한 대규모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중인 달러화를 투매중이다.

특히 지난 1년간 러시아에서만 2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조지 소로스펀드가
달러화 매도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함께 9월말의 상반기결산을 앞둔 일본 금융기관들과 기업들도 해외의
달러화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달러화 자산을 엔화로 바꿔 국내로 송금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달러약세가 앞으로 좀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러가 이달 중에 1백25엔밑으로도 떨어질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중남미상황이 악화되면 미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게 되고 그결과 달러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달러하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더 강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달러가 1백30엔 아래로 좀더 떨어진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 자체적으로 올라갈 여건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좋아질 기미조차 없고 부실채권정리등 은행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엔화가 자생력을 가질 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달러가 1백30엔 아래로 내려가면 일본의 암울한 경제상황이
시장에 부각되면서 달러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물론 달러가 반등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달러폭등세(엔폭락세)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엔저로 기울어 있던 시장 분위기가 지금은 시간적으로 제한적이나마
달러약세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