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위기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외평채)값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와는 거의 무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재정경제부는 미국의 JP모건사 등으로부터 입수한 해외채권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한국의 외평채 값이 폭락한 것은 주요 국가의 기관투자가
(펀드)들이 신흥국가(이머징마켓) 채권투자에 실패함에 따라 이들 채권을
투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 펀드들은 지난 4월 발행된 40억달러어치의 외평채를
포함해 동남아와 중남미 등 이른바 이머징마켓 채권을 매입한 이후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지난 7~8월 2개월 사이에 평균 24%의 투자손실을 입
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4개 펀드는 30%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주요 펀드들은 투자손실이 30%를 넘을 경우 무조건 팔도록 돼
있는 내부규정(마진콜)에 따라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외평채를 집중적
으로 매각하고 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외평채가 다른 국가 채권보다 2배이상 많이 발행돼 대량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의 등락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채권(TB)금리에 덧붙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 4월 발행당시
3%대에서 현재는 9%대로 6% 포인트 정도 오른 상태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평채 가산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투자자의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국가신인도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민간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외국에서 자금을 빌릴때 차입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외 로드쇼 등을 통해 외평채 가격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