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궁궐건축의 걸작품인 창덕궁이 종이 소재의 첨단 관광상품으로
재현돼 세계에 팔린다.

기존 관광상품과는 차원이 다른 이 기발한 제품(상품명 페이퍼매직)의
개발자는 이면우 서울공대교수(산업공학과)와 디자이너 등으로 이뤄진
벤처팀.

벤처팀이 기획한 세계 문화유산시리즈중 이번에 나온 첫 작품은 창덕궁의
중심부인 인정전 모형.

페이퍼매직은 컴퓨터설계에 의해 세련된 단청색과 부드러운 3차원의
지붕곡선이 실모습 대로 구현된 예술품이다.

페이퍼매직의 인쇄된 각 부분들은 사전에 칼로 재단돼 쉽게 분리해낼수
있어 별다른 도구없이 간단히 조립 분해할수 있게 고안됐다.

못을 사용하지 않는 한국 전통 건축양식을 고려해 부분품의 결함에도
풀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도록 설계됐다.

조립시간은 1~2시간.

10일부터 유명서점등을 통해 판매되는 이 상품은 이 교수가 올해초
한국경제신문에 연재한 "신창조론"에서 밝힌 "진정한 벤처비즈니스"를
함축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있다.

벤처팀이 이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6개월.

처음 4개월간은 하루 15시간, 그다음 2개월은 20시간씩을 개발에 매달린
결과이다.

개발을 지휘한 이 교수 자신도 서울대 공대내 연구개발실에서 1주일에
3~4일씩 철야로 작업할 때가 많았다.

일체의 외부 자금지원 없이 추진했고 순 개발비만 약 1억3천만원이
들었다.

"(한국경제가)피를 흘리고 있기때문에 지혈을 위해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벤처팀은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지난달말 자본금 1억원 규모의
주식회사 페이퍼매직(대표 김주성)을 설립했다.

직원과 개발참여자들은 현재 무보수로 일한다.

하지만 이미 기여도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은 상태라 희망이 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등 4개국어로 설명된 인정전 모형은 세트당
2만5천원에 판매된다.

미국의 모 항공사에서 1차로 20만세트 구입을 의뢰해왔고 해외
유통회사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다음달에는 돈화문 인정문, 11월에는 창덕궁 전체가 완성된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