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9일 노태우 김영삼 전두환 전대통령을 잇따라
만났다.

이 총재의 이날 "행사"는 총재로 선출된 후 전직 대통령을 예방한다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권의 사정 드라이브에 맞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구 여권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이 총재의 전직대통령 연쇄 외동중 김 전대통령과의 만남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이 총재가 김 전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함으로써 관계가 소원해진 이후 두 사람이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김 전대통령은 이 총재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총재된 것을 축하합니다"
라고 인사했고 이 총재는 "예정보다 조금 빨리 왔습니다. 건강하시죠"라는
말로 화답했다.

김 전대통령은 "요즘도 운동을 하시냐"는 이 총재의 물음에 "필요해서 하는
데 조깅은 아침에는 안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어 배석자를 물린 뒤 30분 정도 "독대"했다.

이 총재는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현재의 정국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그 점에 대해 말을 나눴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과거 정권의 실정이 다시 도마위에 올라 김 전대통령의
경제청문회 증인 출석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한나라당내 민주계 인사
들의 이탈 움직임 등에 대해 두사람이 깊은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에 앞서 노 전대통령을 예방, "자주 가르침을 달라"고 요청
했다.

노 전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느라 고생이 많다"며
"큰 용광로의 마음가짐으로 무엇이든지 안을 수 있는 자세를 갖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훈수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전 전대통령의 자택을 방문, 주로 건강 등을 화제로
덕담을 나눈 뒤 정국 운영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