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장을 누비는 세일즈맨 사장.직원들에게 매주 편지를 보내는
자상한 CEO(최고경영자).

IMF시대형 CEO로 변신한 제일모직 안복현 사장의 요즘 모습이다.

안 사장은 지난 7월 직물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제일모직의 고객인 의류업체를 직접 방문, 구매상담을 벌이기 시작한 것.

영업직원등 실무선 3~4명과 한팀을 이뤄 단출하게 움직인다.

거래업체에 가서도 CEO를 만나는게 아니다.

디자이너 MD(상품기획자)등 실무직원들과 상담을 벌인다.

고위급이라야 부장이나 이사급정도를 만날뿐이다.

그동안 LG패션 코오롱상사 에스에스패션등 대형 거래업체를 돌았다.

현지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중국을 방문중인 안 사장은 귀국직후인
다음주초께 부산으로 세일즈 출장을 떠난다.

신사복 업체인 파크랜드와 "인디언 모드"로 잘 알려진 세정등 부산의
대표적인 거래업체와 영업상담을 벌이기 위해서다.

안 사장은 우선 신원 나산 대현 캠브리지등 대형 의류업체들을 먼저
방문한뒤 중소업체를 포함, 전 거래업체를 한번이상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CEO의 직접 세일즈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도 거래처가 신뢰감을 갖는다.

최고책임자가 찾아와서 가격결정, 각종 요구사항에 대해 즉각 답해주기
때문에 거래가 빠르게 진행된다.

불황기에 고전하는 영업맨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큰 수확이다.

그의 "사기 올려주기"대상은 영업맨 뿐만이 아니다.

안 사장은 지난달부터 매주 전직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사내 전자메일시스템인 "싱글"을 통해 6~7장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공장을 방문한 느낌에서부터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 회의내용, 사장
본인의 할일, 직원들의 문제점과 격려까지.

취임이후 느낀 모든 얘기들을 격의없이 담아낸다.

처음에는 서먹해했던 직원들도 요즘은 수십통씩 답장을 보낼 정도로
호응이 크다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 사장은 직원들에게 편지쓰는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회사발전에는 여러요인이 있다.

전사원들이 회사일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회사 돌아가는 일을 제대로 알아야 자기업무와도 조화를 이루게
마련이다"

흔히들 기업 리스트럭처링의 성패는 ''CEO 마인드 구조조정''에 달렸다고
한다.

안 사장의 오픈마인드가 제일모직 구조조정의 청신호로 비쳐지는 것도
이래서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