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 편을 드는 것으로 각인된 그 동안의 이미지를
털어내려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think tank)를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바람은 그동안 대행을 맡아온 김우중 대우회장이 이달중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면서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는 김 회장이 차기회장으로 내정된 지난 3월부터 감지됐었다.

김 회장은 차기회장 자격에도 불구하고 전경련 사무국부터 다그쳤다.

그는 전경련 사무국 임직원들에게 "정부에 적극 협조하되 할말은 반드시
할 것"을 당부했다.

"무조건 대기업을 대변하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그리곤 잇달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가 정부 부처의 비난까지 받으며 제안했던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목표는 이미 정부의 목표로 변한 거나 마찬가지다.

또 "수퍼뱅크 설립" "인력해외 송출" "과잉설비의 해외 이전"등은
경제위기 해법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전경련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정부 일각에서도 새나오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다.

과거 5공초기 국보위도 성사시키지 못했던 수준의 기업 구조조정안을
재계 스스로 만들어낸 것도 전경련의 위상을 높인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김 회장은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청와대와 재계 사이를 뛰어다니며
약속 시한에 맞춰 자율구조조정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도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대행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행동반경이 좁았던
탓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내가 정말 회장이 되면"이란 말로 그가 지휘봉을
잡게되면 전경련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였었다.

그의 의지는 전경련 회장단 및 고문단이 그를 회장으로 공식 추대키로
한 10일부터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기업의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원로 중견.소장 해외
자문단을 구성한 것부터가 그렇다.

전경련엔 이미 1백18명의 자문위원이 있다.

새롭게 자문위원단을 강화한 것은 전경련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김회장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란게 전경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경련의 주장이나 연구내용, 대정부 건의 등에 대해 일차 검증을 받게되면
전경련은 대기업 편만 든다는 국민들의 기존관념을 빠꿀 수 있다.

70년대와 80년대초에 걸쳐 전경련 상임부회장을 역임한 김입삼씨와
노창희 전외무차관을 자문위원단 상임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자문위원단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포스코경영연구소장을 지낸 유한수씨를 한국경제연구원이 아니라 전경련
전무로 포진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의 공식 선임을 위해 열리는 임시총회에선 유고가
생긴 부회장에 전문경영인을 일부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김 회장이 "일"을 챙기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전경련 사무국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로 한시간 당겨졌었다.

비상이 걸린 것이다.

전경련의 변화를 통해 민간경제계에 비상을 걸겠다는 김 회장의 구상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 주목된다.

[ 전경련의 비전과 목표 ]

<>.비전 : 자유시장경제 실천의 싱크탱크

<>.목표 : . 대국민 기업 이미지 개선
. 의욕 돋우는 기업환경 조성
. 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
. 한국적 경영모델의 정립
. 노사화합의 실천

[ 역대 전경련회장 ]

<>.이병철
- 출생연도 : 1910 - 고향 : 경남 의령
- 출신학교 : 일본 와세다대
- 기간 : 초대(61.8.16~62.9.18)

<>.이정림
- 출생연도 : 1913 - 고향 : 황해 개성
- 출신학교 : 개성송도초등학교
- 기간 : 2,3대(62.9.19~64.4.16)

<>.김용완
- 출생연도 : 1904 - 고향 : 충남 공주
- 출신학교 : 일본 히로시마고등사범학교
- 기간 : 5대(65.4.30~66.4.28)
9,10,11,12대(69.4.21~77.4.28)

<>.홍재선
- 출생연도 : 1906 - 고향 : 경북
- 출신학교 : 경성법학전문학교
- 기간 : 6,7,8대(66.4.29~69.4.20)

<>.정주영
- 출생연도 : 1915 - 고향 : 강원 통천
- 출신학교 : 송전소학교
- 기간 : 13,14,15,16,17대(77.4.29~87.2.11)

<>.구자경
- 출생연도 : 1925 - 고향 : 경남 진양
- 출신학교 : 진주사범
- 기간 : 18대(87.2.12~89.2.8)

<>.유창순
- 출생연도 : 1918 - 고향 : 평남 안주
- 출신학교 : 평양상고 미국헤이스팅스대
- 기간 : 19,20대(89.2.9~93.2)

<>.최종현
- 출생연도 : 1930 - 고향 : 경기 수원
- 출신학교 : 서울대농대 미국위스콘신대 시카고대학원
- 기간 : 21,22,23대(93.2~98.8)

<>.김우중
- 출생연도 : 1936 - 고향 : 경북 대구
- 출신학교 : 경기고 연세대
- 기간 : 23대 회장대행(98.6.17~)
24대 회장(98.9)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