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와 일부 대기업의 회사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채권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물론 채권시장이 국채와 일부 우량기업
위주로 급속 재편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연말 채권수익률이 연 15%대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으며 중견기업이 회사채 시장에서 쫓겨날(Crowding out)수도 있다고 우려
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지각변동은 먼저 금리 급등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7일 연 12.15%를 기록했던 채권 수익률은 사흘 연속 상승, 10일 현재
연 12.70%로 뛰어 올랐다.

특히 2조원 규모의 국채관리기금채권 입찰 다음날인 8일엔 수익률이 0.4%나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리 상승세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올 연말 채권수익률이 연 14%대 중반, 삼성경제연구소는
연 15%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증권사들은 채권수익률이 연 16%를 넘을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영업에 임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전례없는 대규모 국채발행과 대기업의 자금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연말까지 발행될 국채는 모두 13조9천억원.

실업대책 및 사회간접자본 확충용 물량 1조8천억원과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12조1천억원등이 발행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조정기금채권 50조원과 공사채등을 합하면 올 연말까지 발행될 국공채
는 무려 64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의 자금수요마저 가세, 금리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일 발행물량으론 사상 최대규모인 1조원을 22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 <>대우 4천억원 <>현대건설 1천5백억원 <>포철 1천5백억원 <>롯데그룹
1천4백50억원 등이 조만간 발행된다.

이정수 증권업협회 채권팀장은 "지난달 러시아 위기가 닥친후 기업들의
외채상환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설비투자용은 줄겠지만 해외 부채
상환과 M&A 대비용 자금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마저 채권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필현 대우증권 채권영업팀장은 "채권의 최대매수처인 은행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 대신 국공채를 선호하고 있으며 투신사들도 부도위험
때문에 우량물량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일부 중견기업들은 기준금리에 무려 4~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어야만 겨우 소화될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발행할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인식이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오는 11월 채권싯가평가제가 실시되면 걷잡을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의 한 관계자는 "싯가평가제 실시로 투신사 펀드의 현재가격이
매겨지면 부실펀드가 대량환매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채권시장
전체를 마비시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