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으로 은행간 짝짓기가 막바지에 온 느낌
이다. 시중은행끼리의 합병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에
이어 세번째지만 총자산이 1백조원에 육박하고 소매금융과 도매금융에 각각
강점을 갖고 있는 국민.장기신용은행간 합병은 보완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기대를 모은다. 상대적으로 부실채권이 적은 우량은행간 첫
합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왕에 합병대상을 찾고 있는 조흥은행이나 외환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주택은행에도 적잖은 자극이 될 것 또한 분명하다.

이미 합병한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이 다른 은행과 또다시 합병을 모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초대형화를 통해 이른바 "리딩뱅크"를
지향하는 것만이 확실하게 살아남는 길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은행간
합병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합병으로 덩치만 커졌다고 국제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합병으로 몸체만 커졌을뿐 속빈 강정이라는 점에서 국내은행과 별
차이가 없는 일본은행들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합병을 추진하는
국내은행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정부지원을 얼마나 얻어낼 수 있느냐에 쏠려
있는 것 같다. 부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고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올해안에 40조원의 공채를 발행해 금융기관들을 지원해
줄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합병 등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을 정상화시키
겠다는 금융인 자신들의 의지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다.
합병이 합의만으로 완결지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5개은행의 퇴출때 겪은
것처럼 노조의 반발 등 합병과정의 진통은 물론이고 과거 서울신탁은행과
같은 합병은행간 주도권다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과제다.

이 모두가 은행원들의 의식과 관련된 사항이다. 은행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할 간부직원들부터 자기희생의 각오를 해야 한다. 아울러 여신심사 및 결정
권한을 실무자들에게 대폭 위임하고 급여를 업무실적과 생산성에 연계시키며
기능별 경력관리 및 정원관리가 필요하다.

이밖에 고질적인 외형성장 위주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보유부동산을
줄이고 지나치게 잡다한 금융상품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외
금융동향에 대한 정보수집 및 분석능력을 길러 위험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리딩뱅크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자면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외부인력과 시설을 과감하게 활용하며 고객서비스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은
물론이다.

우리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빨리 벗어나려면 은행권이 거듭나야 하기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우리은행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