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집을 내손으로 짓는 보람은 어떤 것일까.

경기도 남양주시 청량산에서 수동면쪽으로 뻗은 산자락을 지나다 보면 마을
에서 한갖지게 떨어져있는 아담한 전원주택 한채가 눈에 들어온다.

유민선 교수(서울대 음대 현악과.44)가 별채로 사용하고 있는 집이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집주인의 혼신이 흠뻑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상하수도 배관에서부터 벽돌 대들보 지붕 마당의 풀 한포기까지 그의 손
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유교수가 이 집을 짓게 된 계기는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작곡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 집을 지을 준비를 해왔다.

81년부터 6년동안 독일 베를린음대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할 때 인상적으로
보았던 집을 현실로 옮긴 것이다.

이에따라 유교수는 집터를 잡기위해 91년부터 경기도 일원을 3년 가까이
샅샅이 뒤진 끝에 93년 10월 1백48평의 대지를 발견, 평당 50만원에 매입
했다.

청량산을 등뒤로 전형적인 배산임수를 이루는 땅이었다.

유교수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휴식장소로, 주중엔 작업실로 쓰기로 하고
20평짜리 집을 손수 설계했다.

안방겸 작업실과 건넌방겸 거실, 주방 등으로 꾸몄다.

손수 짓다보니 건축비도 평당 1백15만원씩 2천3백만원만 들었다.

이 집은 벽체가 비교적 낮은데 비해 지붕이 높고, 나무로 전체의 무게를
균형잡아 전형적인 독일풍 전원주택을 연상시킨다.

밖에선 아담해 보이지만 집안에 들어서면 평수에 비해 넓어보인다.

또 집안 전체의 바닥을 타일로 마감, 은은한 실내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유교수가 쓴 자재는 건재상이나 목공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
이다.

벽체도 일반 벽돌을 사용했다.

다만 이 지역이 겨울에 유난히 추운 점을 감안, 벽돌사이에 5cm 두께
스티로폼을 넣고, 비닐을 양쪽으로 2장씩 덧대 난방효과를 높였다.

그리고 외벽에는 독일 농가들 처럼 흰색 수성페인트를 꼼꼼하게 칠하고
외벽사이로 지나는 목재는 검정색 수성페인트로 처리, 색상대비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집에 들어가는 관리비는 한달에 전기료 1만5천~1만8천원이다.

그가 이 보금자리를 짓는데 걸린 시간은 단 16일.

지난 6월 1일 기초를 파기 시작해 16일 완공했다.

당시 "미친듯이 집을 지었다"는 게 유교수의 회상이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