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클린턴 임팩트"로 또다시 일격을 당했다.

"스타 보고서"에 의해 고조된 백악관의 위기가 월가를 흔들고 이 충격이
달러 폭락과 세계주가 동반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불안한 형국에 "리더싶"마저도 흔들리게 됐다는
우려에서 였다.

10일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3.17%나 하락한데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미의회에 제출한 "섹스 그리고 거짓말"보고서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보고서의 제출로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내지 사임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그 충격은 월가에 그치지 않고 세계로 파급돼 가뜩이나 휘청거리던
세계 증시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뜨렸다.

브라질의 주가가 15.8%나 폭락한 것을 비롯, 멕시코(9.8%) 칠레(7.4%)
페루(4.6%) 베네수엘라(4.5%) 등 중남미 전역에서는 투매양상이 빚어졌다.

이어 열린 11일의 아시아 시장도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쇄적으로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5.1%나 떨어졌고 홍콩의 항생지수는 3.2%,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지수는 3.6% 내려갔다.

클린턴 임팩트는 주가뿐 아니라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떨어뜨렸다.

달러화나 달러표시 증권에 투자하고 있던 외국자본들이 미국경제의
장래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11일 도쿄시장에서는 달러가 1백28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금융시장이 "클린턴 임팩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경제의 "리더십 상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즉, 세계 각국의 정책협조를 리드해야 할 미국이 클린턴의 위기로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감이다.

특히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세계경제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진다.

가령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확충 문제만
해도 최대지분국인 미국이 앞장을 서야 한다.

또 최근 "세계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로 제시되고 있는 선진국의 동시
금리인하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간의 긴밀한 정책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영국은 현행금리를 고수하겠다고 밝혔고 독일과 프랑스도 유러화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점을 들어 소극적인 자세다.

또 가장 중요한 미국도 "경기지표의 흐름을 좀더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는 "자국 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경우 각국의 상충된 정책추구로 지난 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의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 대통령이 10일 "선진 7개국(G7)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금융위기대책을 공동으로 강구할 때가
됐다"고 호소한 것도 이에 대한 경종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