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BRD)이 올연말까지 제공하기로 약속한 20억달러의 구조조정차관
을 들여오기 위한 실무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재정경제부와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에서 가진 실무협상에서 IBRD측이 우리의 구조개혁 성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바람에 이번 주안에 끝낼 예정이었던 것이 다음주로 연기됐
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차관 도입을 낙관한다.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나라들중 국제금융기구의 의견을 가장 모범적
으로 따르고 있고, 지금까지의 경제회복 성과도 가장 좋은 한국에 대해 차관
제공을 거절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금융불안
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한국의 성공적인 개혁추진은 IBRD로서도 더욱 절실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차관을 제공하는 측이 제공받는 쪽의 구조개혁작업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국제금융기구들의
가용재원도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에 차관제공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IBRD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IBRD의 신중한 접근이 마치 우리의 개혁작업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올해안에 차관도입
이 어려울지 모른다거나 IBRD측이 차관제공을 꺼려 일부러 트집을 잡고 있다
는 걱정은 지나친 억측이다. 비록 지주회사나 근로자파견의 허용범위 등 몇몇
구체적인 사항에서 한국정부와 IBRD측의 의견이 다를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개혁방향은 일치한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리해고를 가능한한 최소화하고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워크 쉐어링을
권장하는 것도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정리해고
허용 등 노동시장 유연화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단기간에 실업자수가 2백만
명에 육박함에 따라 한국정부로서는 정치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구조조정 차관도입의 지연때문에 신용보증
기관에 대한 정부출연이 차질을 빚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신용경색
현상이 두드러진 지난해말 이후 그나마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유일한 자금줄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31조1천억원에 달하는 보증잔액중 올해 7월말까지의 보증규모만 21조6천억원
이나 된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같이 활발한 보증은 정부가 올해 아시아개발은행(ADB)차관과 재정자금
등을 합쳐 2조9천억원을 신용보증기관에 출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IBRD차관 도입이 차질을 빚는 최악의 경우에는 재정자금을 출연해서라도
우량.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