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가 기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아 채권단이 "대규모 부채탕감 조건"을 추가로 제시한 직후다.

채권단이 발표한 부채탕감 규모는 66.8%.

포드도 군침을 흘릴만한 조건이다.

그런데 왜 응찰포기 의사를 밝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부채 때문"(웨인 부커 부회장)이다.

사실 채권단은 총부채의 3분의 2를 탕감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 원금
탕감분은 11조8천억원 가운데 2조9천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금 8조9천억원은 인수업체가 갚아야 하는 짐이다.

금리를 조금 낮춰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부채탕감효과"라며 포장만
그럴싸하게 했을 뿐이다.

채권단은 1차 입찰때도 "부채탕감효과"를 내세우면서 "유찰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건이 나오자마자 응찰업체들은 강한 불만을 내보였다.

세계 2위 메이커는 이미 응찰을 포기했다.

재입찰 역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2차 입찰마저 유찰되면 대규모 부채원금 탕감이 불가피해 진다.

결국 채권단의 부실한 일처리가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채권단은 이미 7조7천억원 자산규모의 부실기업에 무려 11조8천억원을
빌려주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원금은 반드시 챙기겠다고 고집을 펴왔다.

포드는 벌써 그 고집에 질려버렸다.

나머지도 나가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면 채권단은 어디서 원금을 챙기게 될지.

그게 궁금할 뿐이다.

< 김정호/산업1부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