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들에 기업구조조정 속도를 빨리하라며 채찍질하고 나섰다.

금융구조조정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업구조조정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은행감독원은 최근 5대그룹 주채권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오는 15일 5대그룹
퇴출계열사 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대해 은행들은 <>회계법인의 실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조차 구성되지 않았으며 <>그룹측과 협의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은행들은 당초 이달말께 5대그룹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퇴출계열사를
확정하고 10월부터 외부자문기관(어드바이저리그룹)을 통해 5대그룹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은감원의 입장은 "무조건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은감원은 "정 어려우면 은행측에서 생각하는 퇴출예상 업체들이라도 리스트
를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은감원은 "5대그룹 구조조정이 너무 느리다"며 은행들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은행 해당부서 직원들은 지난 주말부터 밤샘작업에
돌입했다.

이와함께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공식.비공식채널 등을 통해 수시로
"워크아웃 대상기업을 더 많이 선정하고 진행작업도 더 빨리 하라"며
다그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 8월부터 대상기업을 선정,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온건 하나도 없다.

거평 고합등 일부 기업의 경우 실사가 늦어져 채권행사만 한달간 더 유예
됐을 뿐이다.

다만 동아건설의 경우 지난 11일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됐지만 이는 협조
융자에 따른 부채구조조정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금융당국의 종용으로 은행들은 더 많은 대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을 진행하려
하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경영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며 기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결과가 나와 워크아웃이 얼마나 도움되는지 알아야
기업들의 워크아웃 신청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4일자 ).